- 피해자에게 들은 리얼한 힐링크림 피해 후기[GS홈쇼핑VS소비자①]
- 입력 2013. 07.25. 09:26:13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판매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GS홈쇼핑의 힐링크림 사태. 많은 피해자들이 GS홈쇼핑의 문제 해결 방식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주장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MK패션에서 피해자와 GS홈쇼핑의 서로 다른 입장을 들어봤다. 먼저 힐링크림 피해자인 최모씨(42)와 그의 담당 의사 소견을 인터뷰했다.최씨는 작년 6월 29일 마리오 바데스쿠라는 힐링크림을 처음 주문했다. 처음 발랐을 때 다른 화장품과 달리 발림성이 뻑뻑하고 밀려 연고같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 다음날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 세 차례에 걸쳐 2개씩 주문해 쟁여놓고 1년간 사용했다.
사용 중 1~2일 사용을 중단하면 붉은기가 올라오고 열이 난 적이 있지만, 그때 잠깐 바꿔 사용했던 화장품 탓이라고 생각하거나 음식을 잘못 먹어 식중독에 걸렸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7월 3일 GS홈쇼핑으로부터 사용 중단과 환불에 대한 문자를 받았고, 놀랐지만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힐링크림 사용을 중단했다. 1~2일이 지나자 피부에 붉은기와 열이 올라왔는데 ‘이러다 말겠지’하고 병원은 찾지 않았다. 그런데 3일이 지나면서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니 9일쯤부터는 열꽃이 피고 화상을 입은 것처럼 열이 나서 못 참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바를 땐 몰랐는데 끊으니까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피부가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체감상으로 얼굴에 달걀을 놓으면 익을 것 같을 정도로 피부가 불타는 느낌으로 뜨겁고 통증이 있었다”며 “만지면 우툴두툴하고 오렌지 껍질처럼 피부가 딱딱해서 거울 보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인기피증, 우울증, 불면증 증세까지 겪고 있다고. “10분 거리인 친정, 가까운 슈퍼도 못 나간다. 안방에서도 커텐을 치고 불을 끄고 있고, 병원도 택시를 불러서 타고 사람들이 가장 없는 아침 시간에 간다”고 말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최씨의 피부가 과거에 남다르게 좋았다는 것이다. 피부과 의사들이 시술을 말리며 비결이 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친구들과 고등학생 딸도 ‘피부 하나는 타고 났다’며 부러워했고 남편도 ‘피부보고 결혼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래서 피부에 더욱 욕심을 내게 되고 힐링크림도 사용했는데, 이렇게 되다보니 평소 피부 자랑을 했던 지인들이 모두 비웃을 것만 같고, 남편에게도 사랑을 못 받을 것 같은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주증상이 모낭염, 홍조 등이기 때문에 병적으로 완치가 되더라도 모공이나 약해진 피부가 미용적으로는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가장 궁금한 ‘완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도 두려워서 의사에게 묻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최씨의 현재 피부 상태가 어떤지, 또 그 원인과 앞으로의 증상 완화 여부를 담당 의사에게 직접 물었다.
인천에 위치한 M피부과 변대규 원장은 “홍조, 두드러기 증상을 스테이로이드 때문이라고 의학적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정황상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최씨의 피부 상태에 대해서는 처음 찾았을 때보다 많이 나은 듯 보이지만 스테로이드 중독은 짧은 시간에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일시적으로 피부 상태를 완화시킨 것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스테로이드는 한 번 중독되면 바로 끊지 못하고 치료 중에도 스테로이드의 강도를 낮춰가며 서서히 끊어야 할 정도로 중독이 무서운 성분이다. 의사들이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이는 성분”이라며 “화장품에 사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함량이 낮고 순한 몇 가지 스테로이드가 의사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힐링 크림에 들어간 트리암시놀론아세토니드는 스테로이드 중에서도 약한 성분이 아니다”며 스테로이드와 힐링크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최씨는 이에 속상한 모습을 보이며 GS홈쇼핑의 대처에도 분개했다.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함에도 병원에서 소견서와 진단서를 받아오면 보험처리가 된 조항에 대해 단 15회까지만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는 것. 이에 대해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할 것이며 미용적인 완치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홈쇼핑에 어필했지만 ‘회사 규정상’이라는 말만 할뿐, 책임자를 연결해달라고 하면 ‘내가 담당자’라는 태도를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이에 최씨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보다는 이슈가 되자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이기식 처리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심지어 작년 12월에 식약처가 이 제품에 대한 GS홈쇼핑측에 판매금지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 그때 연락했으면 피해를 줄였을 수도 있었을텐데 문제가 커질까봐 일부러 방조했다고 보여 더욱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전에도 GS홈쇼핑에서 몇 가지 이상 구입하면 보너스를 준다고 해서 일부러 다량 구매했는데 언급됐던 제품을 받지 못했다. 이에 항의했더니 그때도 ‘규정상’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한때 홈쇼핑에서 재미를 찾는 한 주부였는데 이제는 홈쇼핑을 절대 믿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윤정 쇼핑 호스트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는 회사 방침상 팔라고 하니까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모모모모 성분 안 들어있다, ’천연 성분‘, ’법무팀이 있어 함부로 팔지 못한다며 자신과 GS홈쇼핑을 믿으라‘고 언급했던 점을 생각해볼 때 책임이 없다고는 말을 못하겠다”며 “공식적인 사과도 없이 바로 방송에 나와 제품을 파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웃으면서 방송하고 있는 것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고, 1년 전 흥분한 모습으로 힐링크림을 좋다고 구입을 부추기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사기꾼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머리로는 이해하려 하는데 어느 순간 스토커처럼 방송을 보며 미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GS홈쇼핑이 피해자의 말을 가로막으며 강조하는 그 ‘규정’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그 규정이 피해자의 말대로 소비자를 기만할 정도로 중한 것인지, 확실한 기준에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긴다. 또 “외국에서 유명한 것 사다가 좋은 말 해가면서 물건 파는 것은 나라도 할 수 있다”는 한 피해자의 말처럼, GS홈쇼핑이 대기업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이에 대한 GS홈쇼핑의 입장을 이어 들어본다. <계속>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근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