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 호스트 정윤정 팬의 고백 "정윤정, 미리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GS홈쇼핑VS소비자③]
- 입력 2013. 07.25. 15:11:13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힐링크림 마리오 바데스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담당 쇼핑 호스트였던 정윤정의 책임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GS홈쇼핑에서는 ‘정윤정도 이미지에 훼손을 입은 피해자’라고 입장을 밝혔으며, 많은 소비자들은 ‘믿고 사라고 구매하게 해놓고 사과도 없이 방송에서 웃으며 또 다른 상품을 파는 것은 아니지 않냐’라는 생각인 것.이에 ‘표면에 나와있는 것보다 쇼핑 호스트 정윤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김모씨(가명)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씨는 한때 정윤정의 팬이었다. 마치 친구와 수다떨 듯 친근하게 다가오는 진행 스타일이 좋았고, 그녀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정쇼카페’라는 공간도 좋았다.
‘정쇼카페’는 정윤정이 만든 카페로 처음에는 홈쇼핑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정윤정은 방송을 하면서 수시로 “정쇼카페로 놀러오세요”라는 말을 했고, 실제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어우러져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물건에 대한 후기도 공유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몇 가지 제품에 대한 불만글이 올라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힐링크림이 대표적이었다. 몇 회 방송 후 ‘힐링크림 부작용 같다’는 글이 올라왔고, 한 회원이 ‘자신의 증상과 비슷하다’며 옮겨놓은 힐링크림 부작용에 대한 꼼꼼한 리뷰가 불을 지폈다. 피부 트러블이 있으면서도 말을 못하고 끙끙 앓던 회원들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평소 제품에 대해 친절한 공유를 하던 정윤정에게 회원들은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회사 측에 알아봐 달라’, ‘스테로이드 효과, 부작용과 너무 비슷하다. 이 성분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좋았던 카페 분위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없고 단순히 의뢰나 호소하는 수준의 글이었다.
이때가 작년 9월쯤이었고 이 논란이 있은 3일 후 카페는 느닷없이 문을 닫았다. 아무런 의문을 풀 길이 없는 상태에서 GS홈쇼핑에서 정윤정 쇼핑 호스트의 힐링크림 판매는 계속됐다. 김씨는 정윤정이 방송 중에 “몇몇 분들이 트러블이 있다고 하는데, 피부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런 말을 저한테 하시면 힘들어요”, “스모모모모 성분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까지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달만에 카페는 힐링크림에 대한 글을 모두 삭제한 뒤 다시 오픈했다.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가입 질문에 정윤정의 팬임을 확인하는 질문과 정윤정이 판매하는 제품 외에는 언급할 수 없으며 불만 사항은 올리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카페 운영진들은 실시간으로 불만글을 삭제하고, 글을 올린 회원들을 강퇴시켰다. 카페는 ‘1% 소수 때문에 99%의 사람들이 불편하게 돼 당분간 카페를 닫겠다’는 말과 함께 또 다시 문을 닫았다.
김씨의 말을 들어보면 정윤정과 GS홈쇼핑 측은 작년 12월 식약처의 조치가 생기기 이전, 이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스테로이드 성분'이라는 직접적인 어필까지 있었다.
이제까지 모르쇠의 자신들도 날벼락을 맞은 피해자인 듯, 피할 길이 없었다는 듯 대처했던 GS홈쇼핑에게 몇 차례 일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정쇼카페에서 파생된 ‘정쇼공구카페’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정윤정이 홈쇼핑에 입고 나온 옷을 파는 곳이다. “이 카페의 입금자명이 ‘제이XXX 오XX’라는 이름이었는데, 얼마 전 홈쇼핑을 보니 정윤정이 제이코닉이라는 브랜드의 옷을 팔더라. 근데 이 카페에서 팔던 옷과 겹치는 것들이 있어 몇몇 사람들은 의심을 하고 있다”고 전해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김씨는 “한 쇼핑 호스트는 진행을 맡았던 가방 구매자가 ‘실리카겔이 터져서 왔는데 아이가 먹었다’는 글을 보고 자신의 잘못이 명백하게 아님에도 직접 전화해 사과를 하고, 가방 회사에도 잘못한 것은 없지만 고객이 마음이 상처를 받았으니 전화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며 “정윤정 호스트가 알면서도 은폐하려 하지 말고 진심으로 미안한 모습을 보였으면 이렇게까지 불만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정윤정은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 팬카페에 사과를 했다고 입장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때 그 카페의 열성팬이었던 김씨의 말에 의하면 “그 카페에는 이제 불만글을 올렸던 힐링크림 피해자는 모두 탈퇴당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사과인가”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금도 힐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제품을 팔고 있더라. 힐링크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따위는 그녀의 머릿속에 없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제품의 정확한 용도, 사용 방법 전달보다 주로 사적인 얘기로 접근했던 정윤정의 진행 방식에 대해 소비자들은 ‘친근함’에서 ‘믿을 수 없는’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팔 때는 믿을 만한 진행자로 홍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회사에서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면, 쇼핑 호스트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는 증거도 없는 감언이설로 지갑을 열게 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될 것이다.
홈쇼핑에서도 장기적으로 더 물건을 잘 파는 쇼핑 호스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쇼핑 호스트를 감싸며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처가 아닌 제대로 된 신뢰를 쌓는 교육 과정과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