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목들’ 박두식, 멋 내지 않아도 폼 나는 배우 [인터뷰]
- 입력 2013. 07.27. 10:54:03
-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꾸미지 않고 멋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은근히 폼이 나는 배우가 있다.
현재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김충기 역’으로 열연중인 배우 박두식이 그 주인공으로 반항적인 눈빛과 특유의 까칠함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제 얼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확 변할 인상이 아니기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 시간에 연기연습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드라마에서 그가 보여준 ‘김충기’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퉁명스러운 말투로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는 어수룩함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는 본래 박두식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역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이다.
“실제로는 8화까지만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계약이 돼있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분량을 늘려 주셔서 가은이(고성빈 역)와 약간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끝까지 출연할 수 있게 됐죠.”
때문에 갑작스럽게 교복을 입던 고등학생에서 사복 입은 성인으로 성장한 모습을 연출해야했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드라마에서 선보인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옷들을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 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동대문을 직접 뒤지며 역할에 맞는 옷을 골라야 했어요. ‘충기’라는 인물이 강하고 남성적인 면모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러한 스타일을 담아내기 위해 두발로 뛰어다녔죠. 그러다보니 역할에 대한 애착도 강해지고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처럼 배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먼저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낸 건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조수원 감독이었다. 조 감독은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윤제문 아역으로 출연했던 박두식을 보고 망설임 없이 캐스팅을 제안했는데, 한편의 영화출연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셈이다.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내가 남서울고 신재석이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박두식의 캐릭터는 독보적이었다.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얼룩무늬가 돋보이는 교련복에 짧은 스포츠머리, 복사뼈를 덮는 촌스러운 흰 양말을 신고 교정을 누비던 박두식의 영화 속 패션에서 무게감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연기까지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형화된 꽃미남 배우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진짜 배우’에 목말라 있던 대중들에게 다소 저돌적이었던 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자, 갈증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주목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였다.
“80년대의 ‘신재석’을 연기하기 위해 억지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무더운 여름에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얼굴도 자연스럽게 햇볕에 그을리게 됐고, 그 덕분에 ‘신재석’의 투박한 감성이 잘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강우석 감독과의 촬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적도 없었던 생판 신인인 그가 흥행보증수표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을 터.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서 그는 ‘NG 대마왕’이라 불릴 정도로 카메라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상대배우와 싸우는 장면에서 반사적으로 움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총 40번의 NG를 낸 적이 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께 혼도 많이 났지만 그럴 때마다 절대 기죽지 않으려고 큰소리로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를 연신 외쳐댔어요. 겨우 오케이사인을 받고나니 귀가 시커멓게 변해있을 정도로 많이 맞았더라고요.”
가진 거라곤 열정과 패기가 전부였던 신인의 우직한 모습에 강우석 감독도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됐고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는 것만큼만 연기를 해봐라”며 위로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그의 스타일은 세련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었지만, 의외로 그는 모든 면에서 진지하고 섬세한 27살의 청년이었다.
“실제 성격은 조용한 편이에요. 강한 인상 때문에 많이 오해들을 하시지만 의외로 건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웃음).”
첫인상이 무척 중요하듯 대중들 역시 그가 맡아왔던 비슷한 역할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지가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배우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는 뜻밖의 대답을 꺼내놓았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나중에 원하는 역할을 연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거친 캐릭터를 충분히 연기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역할에 방점을 찍어 보고 싶어요. 물론 더 악한 역할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차근차근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박두식은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 냄새나는 친근한 배우였다. 한국의 ‘게리 올드만’을 꿈꾼다는 그의 바람처럼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