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화장품협회의 쌩뚱맞은 ‘문열고 냉방’ 근절 결의문 [또하나의 갑을①]
입력 2013. 07.29. 14:17:45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지난 22일 대한화장품협회는 국가의 전력 위기를 극복하고 정부의 에너지절약 시책에 적극적인 호응을 표하는 에너지절약 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29일 오전 협회는 이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전달된 결의문에는 판매사업장에서 문 열고 냉방 영업하지 않도록 교육 및 홍보, 에너지 절약 시행에 관한 정기적 점검 및 지도, 사업장 출입문을 자동문 또는 미닫이문으로 교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행위 등을 제한하는 ‘에너지사용 제한조치’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18일부터 오는 8월 30일까지 11주 동안 시행하고, 이를 위반하는 영업장에 대해서는 7월 1일부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현실성 있는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특히 출입고객이 많은 화장품 판매장은 문을 닫고 영업하면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과태료를 무시하고 문 열고 냉방 영업을 감행하거나 자동문 속도 조절, 단속반의 눈을 교묘히 피한 꼼수 냉방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장품협회의 자발적인 동참 의지를 보인 결의문 채택과 전달식은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뒤늦은 시점이지만 바람직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본 결의문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최근 화장품업계는 남양유업에 이은 불공정행위와 갑을논란으로 소란스럽다. 비록 아직까지 남양유업 사태처럼 공론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피해대리점주협의회와 각 시민단체, 소수 정계가 연합해 이에 관한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과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등 각 화장품 업계는 사실무근임을 내세우며 상반된 주장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시기에 화장품 협회가 발표한 정부의 에너지 시책에 동참한다는 때늦은 결의문은 다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한, 협회는 ‘을’의 눈물이 담긴 호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정부 시책에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중적인 태도를 스스로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결의문 채택이 지난주 국회에서 있었던 대리점주 피해사례 발표회와 아모레퍼시픽 본사 항의 방문 이전에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변명의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거래행위 의혹은 이미 지난달부터 제기돼 왔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 의혹제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회적 논란과 파장을 이끌어오기 충분함에도 협회는 이에 한마디 언급이나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현 대한화장품협회 서경배 회장이 피해대리점주협의회로부터 불공정행위가 고발된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라는 불편한 사실이 존재한다.
의혹을 받은 것 자체가 화장품업계에 크건 작건 어느 정도 불합리한 관행이 존재했다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현 상황에서는 정부시책에 따라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것을 근절하겠다는 결의문보다는 화장품 업계에 제기된 불공정거래행위를 착실히 조사하고 이를 근절하겠다는 결의문이 더욱 시의적절해 보인다.
또한, 그 진위를 떠나 각 화장품업계와 협회가 앞으로는 이러한 의혹마저 받지 않는 정직한 경영에 앞장서겠다는 불공정거래 근절 결의문을 발표했다면 오히려 박수받지 않았을까.
그리고 또 하나, 출입문을 미닫이문이나 자동문으로 교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는 결의문 내용은 또 다른 을의 눈물을 강요할 수 있는 결정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한 협회와 업계의 구체적인 방안과 답변이 요구되며, ‘보여주기식’ 결의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도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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