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가격이 아닌 의식이 바뀌어야" [한복의 세계화②]
- 입력 2013. 07.31. 18:52:32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한복의 위기는 여러 상황이 맞물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 최근에는 웨딩시장의 메커니즘이 변하면서 한복시장의 로열티가 많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복을 두고 타협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죠. 모두의 공감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한복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복의 전통성이 바로 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한복 디자이너 박술녀는 한복 분야의 스타급 디자이너다. 패션쇼 때마다 많은 연예인 군단을 몰고 다니고 매장에는 수많은 연예인과 유명인이 박술녀 한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한복과 관련 행사의 섭외 1순위로 한복 분야에서는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전문성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복을 입을 때 저는 우선 격식을 갖추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신부 예단의 경우, 소품에서부터 속옷까지 완벽하게 구색을 맞춰서 제안합니다. 한복을 입을 때는 원래 속옷을 12개까지 갖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물론 요새는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 약식에 맞게 조정했지만 기본적으로 속옷과 겉옷의 경중을 나눈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한복은 옷이기 전에 문화입니다”라며 전통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가 내보인 한복 속옷 구색은 한국 전통복식의 예법에 충실하면서도 소비자를 사로잡을 만한 디자인 감성이 더해져 겉옷만큼이나 아름답고 정갈한 멋이 느껴졌다. 이처럼 전통복식으로서 한복에 대한 이해가 바로서야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조이다.
“요새 누가 한복을 입나요. 한복과 대중의 거리가 멀어졌는데 갑자기 한복을 입어야 된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한복을 친숙하게 받아들여지게 하려면 오히려 기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통복식을 이해하고 격식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후에 한복의 실용화 내지는 대중화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최근 한복 시장이 어려워진 데는 간소화 되는 문화와 편리함에 대한 편협한 사고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혼례복마저도 지금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제는 결혼 예복인 한복도 신랑이나 신부 측에서 직접 맞추러 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대행인을 통해서 하죠. 예전에는 한복은 꼭 어디서 한다는 선호도가 확실히 있었는데 결혼 절차를 대행인을 통해 하기때문에 웨딩드레스처럼 한복도 팩키지에 맞물려 들어갔습니다. 로열티가 없어진 거죠”
이로 인해 문 닫은 매장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했다. 지금 박술녀 한복은 1층에 매장을 두고 작업실, 연구소 등 건물 전체를 디자인, 생산, 판매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공방의 진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죠. 차라리 임대를 주는 게 더 낫지 않냐고. 그런데 저는 제 신념대로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한복시장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지금도 그 문제로는 갈등하지 않습니다”
그는 전통한복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의 매장에 들어서면 모시적삼을 현대적 디자인에 접목한 모시 원피스와 남성용 모시 저고리를 여름용 여자 재킷으로 재해석한 새하얀 여성용 모시 롱 코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복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생활한복에 대한 사고도 좁게 했습니다. 생활한복하면 의례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 역시 한복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생활한복도 시각을 조금 바꾸면 일상에서 멋스럽게 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복의 고유 멋을 충분히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활한복의 경우 가격 저항감에 부딪힌다. 가격대를 낮춰서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을 다각화해 판매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에 대해 그는 “유통을 늘리려면 싸게 팔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데 이를 위해서는 양산 체제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그건 아직 버겁습니다. 무엇보다 한복 시장이 위축되고 한복의 전통성이 무너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당분간 지금과 같은 행보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한복의 전통성과 매력을 알리는 일이 그의 소임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기간 중 문화체육관광부의 초대로 런던에서 패션쇼를 하면서 즉흥 캠페인을 했다. 모델, 스텝들과 런던 거리 한복판에서 ‘한복을 사랑해주세요’라는 문구를 플랫카드에 써서 시위 아닌 시위를 해 런던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복에 대한 멀어진 사람들의 인식을 애써 좁히기보다 한복에 대한 전통성을 먼저 각인시켜야 한다는 그의 신조는 한복 대중화 세계화의 방향성 제시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까지 팔면서 한복을 하고 싶지는 않다”라는 그의 말이 한복 바로 세우기에 대한 그의 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