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모델, 빛 좋은 개살구 `실상은 생계형 노동자`
입력 2013. 08.05. 18:09:00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올해로 3년째 모델 일을 하는 A(24)씨는 수입이 일정치 않다. 정작 모델 일을 통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몇십만 원에 불과하다. 요즘에 패션쇼가 많아져 무대에 오를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패션쇼에 오르더라도 돈을 받지 않을 때가 잦고, 받더라도 여러 가지를 제하고 나면 얼마되지 않은 돈이 수중에 남는다.
간혹 잡지 지면 광고촬영을 통해 한 번에 몇십만 원에서 일이백만 원을 벌 때도 있지만, 고작해야 일 년에 한두 번이다. 돈이 정말 필요할 때는 쇼핑몰 피팅모델을 해서 용돈을 충당하기도 한다. A씨는 정작 모델로서 버는 돈은 기껏해야 일 년에 수백만 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A씨뿐만 아니라 많은 모델이 평소에는 지인의 가게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해 생활비를 충당한다.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민석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운동선수, 연예인 소득 또는 수입신고 현황’을 보면, 작년 한 해 모델 1인의 연평균 소득은 1,03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예인 전체 1인당 연평균 소득인 3,473만 원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수 1인당 연평균 소득이 5,255만 원, 배우와 탤런트 소득이 2,985만 원으로 집계된 것과 대조적으로 열악한 모델계의 환경을 입증한다.
물론 소위 ‘잘나가는’ 모델들은 가수와 배우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유명 모델은 패션쇼에 설 때 한 번에 몇백만 원을 받기도 하고, 광고 전속모델이라도 하게 되면 수천만 원을 받기도 한다. 연예인급은 아니더라도 기획사에 소속됐거나 인기 모델이라면 한 달에 수백만 원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입은 지극히 소수 모델에게나 가능한 일이며, 대부분 A씨처럼 한 달에 백만 원 미만의 수입을 가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확보하지 못하는 모델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연평균 소득이 천만 원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소수 모델들의 수입이 모델계 전체의 평균 수입을 끌어올린 것에 불과하다. 별도의 소득 없이 모델로서 경력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신인모델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거나 부모의 도움으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피부관리, 헬스, 옷 등 자기관리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이들은 경제적으로 마이너스 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간 모델계는 연예인 등용문으로 주목받아 왔다. 큰 키와 중성적인 마스크의 모델들이 대중의 이목을 끌수 있을 뿐 아니라 매력적이라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델로 활동하던 이종석과 김우빈 등이 배우로 활동하며 스타덤에 올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화려한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많은 모델은 인정받는 모델이 돼서 각종 런웨이에 오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활동한 모델 수는 6,810명으로 집계됐다. 많이 잡아야 10%만이 모델로서 수입을 보장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6,000여 명은 그저 꿈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이 모델로서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사회적 지원이 아닌 모델계의 구조적 개선이다. 국내에서 모델이 주목받기 시작했던 십여 년 전과 같은 지금의 대우가 계속된다면 모델계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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