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가로수길, 내쫓기는 소규모 세입자 ‘돈없으면 나가라’
입력 2013. 08.06. 08:52:02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불과 2~3년 전 만해도 국내 디자이너 쇼룸과 편집숍, 개성넘치는 보세 가게로 한국의 소호거리라 불렸던 신사동 가로수길이 대기업 브랜드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채워지며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2000년대 초 패셔니스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상권화 되면서 ‘우리만의’라는 타이틀 붙이기를 좋아하던 패피들이 유명세를 타지 않은 가로수길로 옮겨갔다.
덕분에 가로수길이 트렌디한 사람들의 새로운 집합소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부동산 가격도 치솟게 됐다. 물론 최근에는 부동산 침체의 여파로 부동의 가로수길 임대료도 한풀 꺾인 상태라고는 한다.
그럼에도 2년 전 가로수길 임대료와 비교했을 때 5배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니 오를 대로 오른 가로수길 임대료가 떨어져봤자라는 것이 부동산 측 입장이다.
“현재 가로수길 메인 거리 권리금은 최소 4억은 생각해야 한다. 뒷골목도 2억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리가 없어 못 들어가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1~2년 전만해도 800만 원 선에 머물러 있던 월세가 3000만원까지 치솟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라며 부동산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가로수길에서 개인 숍을 열겠다는 사람이 없냐는 질문에 부동산 측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도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나가는 판국에 새롭게 가로수길에서 개인 숍을 열겠다는 것은 무모하다. 가로수길 임대료와 비교했을 때 압구정 쪽으로만 나가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대기업이나 빅브랜드 본사에서 가로수길 건물주를 설득시켜 본래 세입주를 쫓아 버리고 건물을 통째로 빌리는 경우도 파다하다. 이 때문에 가로수길 내에서 매장을 유지할 자본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로수길은 이제 비싼 권리금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빅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턱없이 높아진 임대료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간 국내 디자이너 쇼룸이나 편집숍이 있던 자리에는 제일모직 라인의 에잇세컨즈, 일모스트릿, LG패션 TNGT나 띠어리, 디젤, 홀리스터, 포에버21, 자라, 마시모두띠, H&M, 라코스테같은 대기업 브랜드나 해외 빅브랜드, SPA브랜드 매장으로 채워졌다.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소규모 세입자보다 거액의 권리금과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상권으로의 성장 수순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침체기를 맡고 있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처럼 가로수길의 갑작스러운 상권 변화가 패션 특화거리로서 가로수길 고유의 색깔을 잃게 해 이도저도 아닌 공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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