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제안 잠입취재, 성형외과들 "무조건 오케이"[성형관광의 폐해④]
입력 2013. 08.08. 09:11:15
[매경닷컴 MK패션 특별취재팀 조혜원 기자] 강남 성형외과 27곳이 불법 브로커로 인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수술비에 맞먹는 높은 수수료를 브로커에게 챙겨주고 외국인 환자들을 알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의 성형외과는 총 600여개로 성형외과 밀집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압구정동, 신사동 일대는 한 건물에 최소 1개 이상의 성형외과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이 성형외과들은 하나같이 큰 중국 간판을 달고 있으며, 평일에는 50%가 외국인 환자일 정도로 주 타깃을 외국인으로 두고 있다.
이중 큰 규모의 병원에는 외국인을 단체로 태운 대형 버스가 오가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어 적발된 27곳 외에도 대다수의 성형외과가 브로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들이 브로커와 연계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접촉하는지, 또 어떤 거래가 오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MK패션에서 직접 성형외과들을 찾아 브로커 제안을 해봤다.
이미 활동중인 브로커가 있어 거절하는 곳, 논란의 여지가 있어 거절하는 곳이 많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취재한 모든 성형외과에서 너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안 수락은 물론 환자를 더욱 많이 유치하는 요령까지 알려주고, 중국인을 많이 데려올 수 있는 업종의 일을 하고 있다는 소개만 듣고 브로커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이 ‘무조건 데려오면 돈을 주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이 강조하는 내용은 똑같았다. A 성형외과의 중국 담당 상담 실장은 “중간 수수료를 10~20% 주겠다. 코 수술이 250만원이면 중국 환자에게는 400만원을 불러라. 그럼 40~80만원을 주겠다. 만약 수수료를 더 떼고 싶으면 환자에게 능력껏 더 높은 수술비를 제시해라”고 말했다.
“사업이니까. 일단 모시고 오면 환영이다”며 “나중에 신뢰가 생기면 더 챙겨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무조건 한 군데에 가라고 지정해주면 의심할 수 있으니, 큰 병원, 작은 병원, 비싼 병원 한 군데씩 보여주고 우리 병원을 신뢰가 가는 곳이라고 유도해라. 그러면 의심을 안 한다”며 병원으로 환자를 이끄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B 성형외과에서도 “보통 수수료가 30~40%다. 영업 체계가 있는 에이전시(브로커)는 그렇지만 처음에는 15% 정도 주겠다”며 “프로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돈을 되게 많이 가져간다. 외국 환자들은 주로 비싼 수술을 하고 여러 부위를 하기 때문에 한 명만 소개해도 한 달 월급이 빠진다”고 활동을 부추겼다.
이밖에도 “쌍꺼풀 5명만 데리고 와도 최소 150만원은 된다”, “인계만 하지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아도 된다” 등 브로커 활동을 부추기고 사후 책임이 없음을 확인해주는 등 오히려 병원쪽에서 저절로 찾아와 준 브로커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 일대의 성형외과 중 브로커를 안 끼고 일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지금 성형외과 의사들은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되서 끝났다고 본다.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고도 전했다.
또 한국 환자로 병원을 찾았을 때 “우리는 그런 것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외국인 환자용 가격표도 쉽게 보여줬다. 이들은 돈이 되는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으며, 환자보다도 환자를 데려오는 브로커 보호에 더욱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의료관광 붐을 타고 의료 행위를 빙자한 불법 장사가 만연하고 있다. 단기간에 시스템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만큼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푼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제네바 선언의 명예를 지킬 것인지 이익을 우선시하는 장사꾼이 될 것인지에서 옳은 판단을 하는 의사들의 자정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 끊임없이 피해자가 발생하고 국격 손상까지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 엄격한 국가적 규제도 절실하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근일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