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국 초래한 날씨지배 야욕, 패션시장은 `절실` [이상기온 장단②]
- 입력 2013. 08.11. 20:01:24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영화 설국열차는 지구온난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가 설국이 된 이후 인간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묘사했다. 극중에서 윌포드는 열차의 제한된 공간에서 인류를 생존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균형'을 강조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자연도태 수단으로 반란과 혁명을 조장한다.이 같은 상황이 최근 패션소비시장과 묘하게 합치되면서 이상기온이 초래한 위기 극복에 대한 가장 최적의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패션계 관계자는 "날씨 예측과 활용은 상품기획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날씨를 상품기획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라고 전했다.
패션계는 현재 한국에 봄과 가을은 실종됐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봄과 가을이 실종되고 그동안 한국패션시장을 유지해온 날씨 균형이 깨지면서 초래된 혼란에 대한 이렇다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름과 겨울만 남으면서 패션업체들은 겨울 코트나 점퍼 등 고가 아이템만이 유일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됐지만 이외 다른 매출 촉진 전략은 전무한 상황이다.
여성복 부문은 가장 심각하다. 봄과 가을에 높아지는 재킷 등 가벼운 아웃터나 수트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패션업체들은 연 목표매출실적 예측에서 전년비 성장은 생각지도 못한다고 토로한다. 기업마다 연 매출실적은 물가 상승분 등을 감안해 매해 20~30% 수준에서 성장해야 하지만 실종된 시즌이 초래한 판매율 감소로 전년비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한 패션계 관계자는 "한국의 강점은 4계절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주기에 맞춰 기업이 돌아가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계절이 두 시즌으로 뚝 끊기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패션전시 전문가는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한 경우는 없다. 이것이 한국 패션업체들의 장점이지만 한계치이기도 했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4계절이 뚜렷해 수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주기로 인해 효율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상황이 분명히 있다. 이상저온과 고온으로 뚜렷하게 갈리는 여름과 겨울에 적합한 상품 기획 및 공급체계를 하루빨리 정예화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상기온으로 패션시장의 중심이던 여성복이 위기를 맞았지만 반대로 기능성 전문 브랜드가 새롭게 시장을 형성하면서 토탈 브랜드 편향적 구도에 벗어나 다양하게 세분화 되는 변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백화점에는 여성복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에 장화와 같은 기능성 아이템 브랜드 매장 수가 늘고 있으며, 단품 아이템 브랜드들이 제도권 브랜드로 인정받으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씨는 지배하기보다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패션시장이 이상기온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이 가운데서 생겨나는 신규 수요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구도를 잡아가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설국열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