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살찐 것 같아”라고 말하는 답정너들의 심리
- 입력 2013. 08.13. 15:43:12
-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답은 정해져 있어. 넌 대답만 해.”
듣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해놓고 빙빙 돌려 말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답정너’라고 한다.
SNS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미 의도를 파악한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저 난감할 뿐이다. 이들은 특히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면서 듣고 싶은 대답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답정너’의 대표적인 예로 가수 고두림을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SNS에 41.5kg 몸무게를 공개하며 “잡념이 들 때 운동이나 해라 돼지야. 스트레스받지 말자”는 글을 덧붙였다.
누가 봐도 마른 몸매와 저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돼지’라는 말로 자신을 비하하는 모습이 황당할 따름인데, 이어 “지금은 운동 중. 볼살은 정말 왜 안 빠질까”라는 말로 언행 불일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몸매에 콤플렉스가 있으면서도 당당하게 체중을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방송인 원자현 역시 ‘답정너’의 모습으로 눈총을 샀다.
그는 자신의 SNS에 “녹화 중. 금토일 밥 많이 먹었더니 배 나왔어요. 히잉”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등록했다. 그러나 투정 섞인 말투와 달리 잘록한 허리가 강조된 모습이 사진에 담겨있다.
그전에도 몇 차례 비슷한 사진과 글을 올렸기 때문에 원자현을 검색하면 연관 단어로 ‘답정너’가 나올 정도로, 그는 원치 않는 방식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처럼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상대방을 짜증 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인간에게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잠재돼 있기 때문에,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도리어 자신의 말에 스스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같은 방식이 아닌 조금 더 솔직하게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답정너’를 발견하더라도 민망하지 않게 살짝 넘어가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는 건 어떨까.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고두림 페이스북, 원자현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