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4,860원도 꿈` 박봉의 끝에 선 영화 의상 디자이너
- 입력 2013. 08.13. 17:49:16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현행 최저임금은 4,860원이다. 2014년도 최저임금은 7% 높아져 5,21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7일 출범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종사자단체 ‘알바연대’는 최소한 시급이 1만 원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패션계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조차 먼 나라 이야기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통상 영화 의상 디자이너라 불리며 영화 의상팀에 속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다. 이들은 주·조연부터 엑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필요한 전체적 의상과 소품을 담당한다.한 영화에 작품별로 계약해서 일이 시작된다. 계약은 의상팀장의 능력에 의해 결정되며, 계약이 성사되면 팀장은 자기 일을 돕는 팀원들을 구성한다. 여기에 지원하면서 이들은 영화 의상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딛고 실무를 담당한다.
의상팀은 주로 대본을 받은 후 작품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의상을 구상하고 디자인한다. 영화 콘셉트에 맞는 의상과 소품은 일반적으로 협찬, 대여, 구매, 제작을 통해 준비된다. 촬영 기간이 길고 훼손 우려가 있는 영화 제작 특성상 협찬과 대여가 어려울 때는 직접 구매하기 위해 발품을 팔거나 도매시장에서 원단을 가져와 공장에 의뢰하고 직접 만드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영화 하나를 만들 때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의상팀은 영화 촬영 내내 제작에 참여한다. 장면별로 배우들이 입는 의상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촬영이 내용에 따라 차례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장면별로 의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까다롭다.
더 까다로운 것은 영화 제작의 최종 권한이 감독에게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감독의 즉각적 판단에 따라 수시로 사전에 정해진 의상 콘셉트가 변경돼 여기에 맞는 의상을 촉박하게 준비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화 촬영 기간뿐만 아니라 사전 조율 기간과 영화 제작 이후 의상 마무리 기간까지 합치면 보통 영화 한 편당 참여하는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운이 좋으면 한 팀이 일 년에 영화 두 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영화 한 편을 힘들게 만들고 나서 의상팀 ‘막내’는 얼마를 받을까. 보통 팀원들은 백만 원에서 백오십만 원 정도를 받는다. 한 달 월급이 아니라 영화 한 편당 받는 돈이 고작 백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운이 좋으면 일 년에 두 편 참여할 수 있으니 많아야 삼백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턱없이 낮은 보수를 받는 이유는 의상팀 자체가 애초에 제작사로부터 낮은 계약금을 받기 때문이다. 받는 액수는 영화 스태프 중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파이 크기 자체가 작으므로 운영비나 경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팀장들도 자신들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같은 액수를 받았다. 따라서 한 편에 백만 원 남짓한 돈은 편당 보수로 고착돼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턱없이 낮은 임금은 이들이 영화 의상 디자이너로 성장하기에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해 경력이 쌓이면 꿈도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상투성 조언을 건네기에는 너무도 촉박한 환경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은 영화 의상 디자이너를 꿈꿨던 많은 의상과 학생들은 기대와 다른 현실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일이 태반이다. 대부분 영화 한두 편이나 일이 년의 시간 후 진로를 바꾼다. 방송국에 들어가 영화 의상과 비슷한 일을 하거나 의류회사 디자이너 또는 옷가게 판매 직원으로 일하며 적더라도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일로 진로를 변경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한국 영화는 매년 성장해 세계 어느 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많은 작품이 국내뿐만 아니라 이제는 외국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해 큰 이익을 거두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주연 배우는 수억 원의 개런티를 받고 제작사와 배급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반면 한 편에 고작 백만 원 남짓을 받는 영화 의상 디자이너의 현실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매경닷컴 MK패션 남자영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영화 ‘안나 카레니나’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