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포에버21… SPA들의 생존 방식, 얼마나 잘 베끼나? [SPA 시시비비⑦]
입력 2013. 08.14. 08:41:52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SPA브랜드가 디자이너 제품의 디자인을 도용한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엄격한 법적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SPA브랜드의 카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자라는 유독 명품 브랜드의 쇼피스, 즉 패션쇼에 오른 제품과 비슷한 옷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번 해에도 루이비통의 바둑무늬 블레이저, 3.1 필립 림의 데님 패치워크 팬츠, 겐조의 호랑이 스웨트셔츠, 알렉산더 왕의 백과 슈즈처럼 브랜드 메인 아이템과 흡사한 제품들을 대중에게 쏟아냈다.
심지어 진품인 디자이너의 컬렉션 피스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라 매장에도 빠른 속도로 쇼피스 닮은꼴들이 진열됐다.
예를 들어 겐조의 호랑이 스웨트셔츠 대신 자라는 한층 간결해진 호랑이 프린트로 비슷한 느낌의 스웨트셔츠를 만들었다.
또 알렉산더 왕 액세서리 라인의 상징인 메탈 클로저 장식이나 금속 톱니모양 밑창을 실루엣만 다른 가방과 슈즈에 가미해 같은 듯 다른 디자인을 연출했다.
이처럼 자라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복제하고 있음에도 카피 문제에 관해 이렇다 할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완전히 똑같이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포에버21은 저작권 위반으로 50회 이상 고소를 당했을 정도로 디자이너 작품을 그대로 복제하는 SPA브랜드로 유명하다.
“싸고 복제품에 가까운 제품이 훨씬 먼저 매장에 진열되기 때문에 아무리 독창적인 디자인을 해봐야 쓸모없다.”
해외 포에버21에서 근무했던 한 디자이너의 발언이다.
SPA브랜드의 빠른 회전율을 따라잡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는 디자인 라이선스를 구입하기도 하지만 몰래 복제하는 편이 이곳에서 살아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들이 이 같은 생산 방식으로 거듭 고소를 당하고 있음에도 업계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아 있는 것은 걸리면 합의를 보겠다는 ‘배째라’식의 사업 전략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에도 캘리포니아 브랜드 트로바타의 셔츠를 그대로 복제해 재판까지 갔음에도 포에버21은 법원 밖에서 조용히 합의를 해 이 문제를 덮었다.
심지어 ‘배째라’가 통하지 않으면 생산 거래처인 벤더의 탓으로 카피 책임을 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아무리 사업적으로 이득을 줄지언정 그들과의 거래가 꺼려진다는 것이 공장주들의 설명이다.
실상 그들이 디자인 도둑질을 서슴지 않는 이유에는 도덕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법적인 규제의 폭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카피 문제에 걸렸을 때 디자이너에게 합의금을 주는 편이 디자인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싼 경우도 있기 때문에 SPA브랜드들의 ‘배째라’ 전략이 가능한 것이다.
패션 디자인에도 영화나 책에 준하는 강력한 저작권 보호법이 시급한 시점이다.
또 기존의 SPA브랜드들이 쏟아지는 SPA브랜드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덕성을 버려가며 펼치는 카피 정책 대신 브랜드 고유의 독창성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자라, 알렉산더 왕 홈페이지 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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