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한 연예인 디자이너’ 명예는 있고 디자인은 없다?
- 입력 2013. 08.14. 08:59:45
-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명예’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의 공로나 권위를 높이 기리어 특별히 수여하는 칭호’다.
최근 패션‧뷰티 업계들이 앞다퉈 연예인을 디자이너로 내세운 마케팅으로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명예 디자이너’라고 칭하며 공로를 인정하고 있지만, 실상 이름만 빌려주는 ‘바지사장’ 개념인 경우가 태반이다.작년 조아스전자는 헤어드라이어 디자인에 참여한 배우 전혜빈을 명예 디자이너로 위촉했다. 연예인 최초로 ‘명예 디자이너’라는 타이틀까지 붙여 임명했기 때문에 화제가 됐지만, 제품에 대한 실질적 기여도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측 관계자는 MK패션에 “전혜빈 씨가 컬러도 직접 고르고 전반적인 디자인에 참여했다”며 “본 제품이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매출상승에도 큰 효과를 봤다. 이는 한류열풍으로 ‘전혜빈’이라는 이름을 보고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자기기는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적 지식이 함께 요구되는 분야로, 해당 지식이 전무한 연예인이 과연 디자인에 얼마나 참여를 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단순한 컬러 선택 등 기본적인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해서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얻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배우 김정훈은 패션잡화브랜드 바네미아와 협력해 가방 디자이너로 나섰다.
지난 13일 김정훈의 소속사 측은 “김정훈이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밝히며 “촬영 대기시간에 전문 디자이너가 보내준 시안을 보고 추가할 사항과 수정할 부분을 그려서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스케치부터 모든 과정을 디자이너가 직접 하고, 김정훈은 수정이나 추가 사항에 대한 의견 전달 정도만으로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었다. 더욱이 디자이너와 만나 미팅을 진행했던 건 고작 한 차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많은 연예인들이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내세워 제품 출시를 홍보하고 있지만, 24시간도 모자란 그들이 시간을 내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점이 선뜻 신뢰가지 않는 건 사실이다.
단순히 연예인이라는 명목으로 전문지식 없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면 피땀 흘려 디자인을 공부해왔던 전문인들에게는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다른 이의 작품에 이름을 얹어 명예를 가로채는 행위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유명세가 곧 돈으로 이어지는 패션계에서 이름 석 자만으로도 완판을 기록할 수 있는 연예인들의 파급력은 놓칠 수 없는 노다지인 셈이다. 또한 연예인이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프리미엄으로 가격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아무런 준비와 열정 없이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종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창작으로 먹고사는 디자인계에서 무늬만 흉내내는 연예인들의 의미 없는 디자이너놀이는 그만 멈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르센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