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도 커밍아웃?” 상권 정체성 혼란 부추기는 지자체
입력 2013. 08.15. 12:00:29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글로벌 쇼핑도시, 서울’의 위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상권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실상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과 커피숍 프랜차이즈로 채워져 상권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들의 상권 활성화 정책이 상인과 상권을 찾는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상권의 차별성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요 핵심 상권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채워져 패션상권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이다. 이뿐만 아니라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무수히 많은 커피숍과 빌딩 전체를 차지하는 SPA 브랜드들을 빼고 나면 상권의 차별적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매장이 들어설만한 공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지자체들이 상권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시행하는 축제 및 행사에 기업이 앞서고 정작 상가나 상인이 뒷전으로 밀려 상권 경쟁력 저하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로수길은 커피숍, SPA, 화장품 브랜드숍이 메인 스트리트에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터줏대감들이 밀려나 거리 전체가 기업들의 전시장으로 탈바꿈됐다.
가로수길 상인들은 여론이 이 같은 분위기를 오히려 조장한다면서 강남구청 후원아래 자체적으로 트렌드 페스타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길 전체를 LG전자 신제품 모바일을 홍보하는데 할애하는 듯한 행사 내용으로 가로수길의 실세는 거대기업임을 입증하는 형국이 됐다.
강남구청은 청담동, 압구정동, 신사동 등 서울 핵심 상권을 보유한 지자체답게 행사를 직접 개최하거나 후원하는 방식으로 상권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트렌드 페스타뿐 아니라 지난 7월 압구정 로데오 페스티벌에서도 상가보다는 사단법인 압구정 로데오와 공동 개최사인 F1코리아가 더 부각돼 축제를 찾은 소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직간접으로 참여한 상권 축제와 관련해 지나치게 기업 친화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최근 대부료 인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쇼핑몰 고투몰은 상인들이 출연한 472억 원으로 1년여 간의 걸친 공사를 해 지난해 재 오픈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개선된 환경과 달리 초저가 상권 이미지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이례적으로 강남고속터미널 지하 쇼핑물에 한해서 민간 기업에게 관리운영을 맡김으로써 촉발됐다. 따라서 서울시가 민간 기업 위탁운영을 함에 있어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견해이다.
강북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명동은 한때 거리 대부분을 채우던 재래시장 사입매장과 로컬패션브랜드숍이 거의 사라지고 글로벌 SPA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채워져 한국산 패션의 중심지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정체성 부재의 대표 격인 삼청동은 근대한국문화를 대변하는 소비상권으로서 매력을 잃어버리고 화장품 브랜드숍과 커피숍으로 채워진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 거리로 변질됐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삼청동이 한국전통거리로서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종로구청은 삼청동이 제 모습을 잃어버린 현재 상황에서 상권 활성화보다는 전통문화거리로서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9월에 개최되는 삼청동 축제와 북촌 축제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진행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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