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이탈리아’에 대한 집착, 죽어가는 80년대 안경 장인들 [해외브랜드 허와실④]
입력 2013. 08.16. 08:26:23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해외 명품 브랜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과시용으로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국내 안경 브랜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안경원 직원은 “모노디자인, 돌모루, 젠틀몬스터, 트렌타 등 몇몇 국내 브랜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국내 안경업체 대다수가 수입 브랜드의 공세로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80년대부터 30년 이상 안경을 만드는 일에만 종사해온 전문가들 중에는 기초 생활 유지도 하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80년대 국내 안경 산업이 강세였던 시절, 오로지 생업을 위해 안경 공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았다. 실상 그들이 지금까지 한국에 남아있는 안경 장인이다. 대구의 안경 공단에 가면 손이나 손가락이 잘렸을 정도로 30년 이상 안경 만드는 일만 해온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그들은 아이웨어라고 말하면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안경 제조업에만 전념한 사람들이다. 아마 해외에 있었으면 마에스트로라 불릴 텐데 국내 시장은 그들의 존재를 외면하기 바쁘다. 안경만 바라보며 달려온 사람들이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수입 브랜드 안경이 쏟아지는 가운데 꿋꿋하게 국내에서 안경 디자인을 이어가고 있는 한 안경 브랜드 대표의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 안경 시장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예인 누가 착용하고 나왔는지, 잡지에 어느 정도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제품의 내구성이 형편없더라도 해외 브랜드 안경이 각광받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룩옵티컬처럼 스타들을 앞세워 수입 안경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안경원이 생겨나는 것이다. 자연스레 국내 안경 시장의 장인들이 살아남을 틈은 좁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명품 브랜드 로고와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에 대한 집착과는 반대로 해외 브랜드 안경 프레임이 한국인들의 얼굴형에 맞는 경우는 드물다.
이탈리아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은 서양인과 동양인에게 맞는 안경 라인이 완전히 다르다는 판단 하에 서양인, 동양인 라인을 따로 출시하고 있으며 해외 명품 브랜드 안경 중에서도 한국인의 얼굴 형태에 맞지 않아 재생산에 들어가는 경우가 파다하다.
표면상 명품 브랜드 로고와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쓰여 있을 뿐 실제로는 국내나 중국에서 재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국내 안경 장인들이 수년 동안 몸담은 안경 시장이 로컬브랜드로서의 가치는 잃어가는 가운데 단순히 대리 생산 업체의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컬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오랫동안 내공을 쌓아온 국내 안경 장인들과 공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남아있는 국내 안경 디자이너들의 설명이다.
단순히 디자이너 몇 사람이 그들과 거래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업계 전문가들을 지원해 국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 photopark.com]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