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 브랜드, 패션 디자이너에 기대는 이유는?
- 입력 2013. 08.16. 10:41:06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만남은 더는 새롭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더군다나 브랜드 제품과 디자이너의 활동 영역이 다를 경우엔 더욱 그렇다.
지난 14일, 미국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새 화장품 라인 ‘제이슨 우 for 랑콤’이 공개됐다. 패션 디자이너 제이슨 우가 고른 색을 담은 립스틱과 아이 섀도, 마스카라 등 총 15개 제품이 오는 9월 뉴욕 패션위크에 맞춰 출시될 예정이다.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연한 회색으로 제품 패키지를 만든 것도 특징이다.협업의 주인공 제이슨 우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연회에서 미셸 오바마가 입은 화이트 이브닝드레스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인물. 타이완 출신의 그는 2012년에도 미국 유통업체 타깃과 손잡고 총 53개 아이템을 모두 60달러 이하로 판매해 대중적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랑콤과 제이슨 우의 이번 만남은 H&M과 손을 잡은 알버 엘바즈와 마르탱 마르지엘라, 이자벨 마랑 등의 경우, 즉 패션 브랜드와 패션 디자이너와의 협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쉽게 접하기 힘든 디자이너의 손길을 SPA 브랜드의 대중적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매력이다. 하지만 유명 디자이너가 고른 색상의 립스틱과 섀도를 쓴다고 과연 화장의 결과가 더 ‘드라마틱’해질까?
메이크업 브랜드 랑콤은 지난 6월에도 랑방의 알버 엘바즈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랑콤의 홍보담당자는 “정확한 매출은 모르지만 국내에 들어온 알버 엘바즈와의 협업 제품은 다 팔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종류와 수량이 제한된 한정판으로 완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많은 여성이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화장을 고치지 않고 남들 앞에서 콤팩트와 립스틱을 꺼내는 데에는 ‘나 이렇게 비싼 제품 써’라는 자기과시 욕구가 숨어 있다. 비싼 명품 백은 들지 못해도 해당 브랜드의 콤팩트만큼은 지녀야겠다는 이유도 이 같은 과시 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알버 앨바즈의 유머러스한 디자인의 패키지가 돋보였던 지난번 협업 제품은 꺼내드는 순간 ‘트렌드를 따라가는 특별한 여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화장의 효과로 들어가 본다면? 결국 이는 메이크업 제품의 효과가 아닌 부수적 측면인 ‘자기과시’와 ‘겉치장’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뷰티 제품에 들어간 패션 디자이너의 숨결. 분야별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협업은 산업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시각의 디자인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브랜드 여기저기서 내미는 러브콜이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너무 잦은 콜라보레이션으로 디자이너가 가진 특별한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오히려 함께한 디자이너의 이름값이 더해져 제품 가격만 높아지는 함정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AP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