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수들의 끝없는 다이어트 전쟁 ‘이슬만 먹어도 살쪄’
- 입력 2013. 08.16. 10:58:51
-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가녀린 선으로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이는 무용수들은 이슬만 먹고 살 것 같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인지라 허기를 느끼기 마련인데 더군다나 일반인에 비해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배고픔은 더욱 빨리 찾아온다.
연습과 공연의 반복적인 삶을 살기 때문에 신체 변화에 대한 긴장을 한순간도 늦출 수 없다. 특히 발레리나의 경우 남성무용수에게 의지하는 동작이 많아 체중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현재 무용단에서 발레리나로 활동 중인 정모씨는 다이어트에 대한 극심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예술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매일 아침 키와 체중 등 신체사이즈를 기록해 벽에 붙여놨었다고 털어놨다.
1kg이라도 체중이 증가하는 날에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연습실을 스무 바퀴씩 뛰어야 했다. 또한 공연 한 달 전 미리 의상을 맞춤 제작하기 때문에 밥 대신 샐러드를 섭취하거나 다어어트 식품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심지어 샐러드를 먹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하는 동기도 있을 정도였다고.
무용단 생활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씨는 “군무 동작에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같은 실력이라면 당연히 마르고 예쁜 무용수가 좋은 역할을 맡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명 발레리나 강수진 역시 한 방송에 출연해 “스무 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처음 들어와 외로움에 시달릴 때 스트레스로 살이 많이 쪄서 수없이 지적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거식증 환자가 가장 많은 직업군에 포함될 정도로 무용수는 식이장애 위험에 노출된 직업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수들이 이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건 무대 위의 짜릿함과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잊지 못해서다.
정씨는 “예술가로서 자부심이 없었다면 절대 무용수라는 직업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며 “생활에 제약이 되는 부분이 많지만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까지 무용수로서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이처럼 겉보기에 마냥 아름다워 보이는 모습도 피나는 연습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백조가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물밑에서 발질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다소 통통한 백조가 무대 위에 등장하더라도 뜨거운 환호로 맞아주는 건 어떨까.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라 당스’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