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들은 화장품 사재기 중” 외모지상주의가 초래한 아이러니[꽃남전쟁①]
- 입력 2013. 08.16. 14:44:11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남자들이 화장품을 사지 않는다면 화장품 업체들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냉정한 현실임이 입증됐다.
영국 시장조사기업인 유로모니터가 실시한 국가별 남성피부 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 1명당 피부 관리 제품 구입액은 11.33달러로, 2위인 덴마크(4.7달러)보다 2배를 넘어섰다. 국가별 매출액 역시 한국이 6,300여억 원으로 1위를 차지해 세계시장의 21%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남성들의 화장품 구매 파워를 보여주는 것으로 일본이 2,900여억 원으로 2위를 차지해 대조를 보였다.한국이 성형강국에 이어 세계 최대 남성화장품 소비국가로 등장한 것에 대해 여론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인구수를 감안할 때 기형적 수치로 조사결과에서 언급됐듯이 한국 남성이 1인당 구매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남성에게도 여성에 준하는 외모 잣대를 적용하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패션과 뷰티에 무관심한 한국 남성들이 2002년 월드컵 당시 메트로 섹슈얼의 상징이던 베컴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았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거리에서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한 남성들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이제는 베컴을 넘어서는 패션과 뷰티계의 화신으로 등장했다.
화장품 매장 관계자들은 “남성들이 스킨과 로션을 찾는 게 고작이었고 그것마저도 직접 구매하기 보다는 선물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매장을 직접 방문해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안티에이징이나 미백 등 기능성이나 올인원 제품 등 다른 요소가 플러스 된 제품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남성들이 특히 안티에이징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요즘은 아이크림을 찾는 남성들도 많이 늘었다”라고 말해 달라진 세태를 실감케 했다.
남성 화장품 매출 증가는 남성들에게 가해지는 외모 압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성들은 20대중후반 입사시점에서 한 차례, 이후 40대를 넘어가면서 또 한 차례 외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전한다.
삼성형 얼굴 성형이 최근 화제가 됐던 것처럼 입사를 위해 기업이 선호하는 얼굴로 성형을 하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또한 간부로 승진할 시기가 되면 21세기형 리더쉽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고 40대 직장 남성들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했다.
40대 한 대기업 간부는 “외모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부하 직원들에게 가끔가다 외모에 대한 칭찬이나 지적을 받으면 신경 쓰인다”라며 “스타일이나 피부에 나도 모르게 외부 반응이 민감해진다”라고 말했다.
‘남성 화장품 판매 1위, 한국’은 외모를 기준으로 상대의 능력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단면일 수 있다는 것이 30, 40대 남성 직장인들의 견해이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