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과 환경, 멀고 먼 상생의 길 [지속가능패션의 그늘①]
- 입력 2013. 08.21. 10:46:56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환경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환경 보호와 사회 공헌 측면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흐름이 퍼지면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각 산업 분야에 필수 덕목인 것처럼 자리잡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불황에 기업 역시 생존의 문제가 우선이었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것은 사치로 여겨졌다. 의류 기부나 에코백 증정 등으로 착한 기업임을 강조하지만, 환경이라는 사회적 주제가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되는 현실에 기업도 소비자도 점점 무뎌질 뿐이다.에코, 친환경, 오가닉, 리사이클, 업사이클 등 이름을 바꿔가며 주변을 머무는 환경 관련 주제는 신선함을 잃은 지 오래며, 일반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은 멀기만 하다.
유행은 ‘변화’가 생명이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고, 미디어의 발달로 전파속도 또한 계속 빨라진다. 따라서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패션과 지속가능성은 태생적으로 공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마이클 실버스타인은 ‘여자는 무엇을 더 원하는가’에서 “우리가 조사하면서 만난 여성 중 새 옷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옷장과 서랍 속에 일할 때 입을 옷과 놀 때 입을 옷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듯, 대부분의 소비자는 옷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원할 뿐이다.
의류의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를 한 회사가 책임지는 SPA의 인기는 쉽게 사 입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패션 문제를 일으켰다.
SPA브랜드는 지난 3년간 국내에서 평균 56%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고, 자라의 창업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3위 부호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환경뿐 아니라 지구환경 파괴를 위협하는 ‘범죄자 집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값싼 패스트패션의 사회적 비용, 썩지 않는 인공섬유, 해외에서 수입되는 중고의류, 인공섬유 생산에 필요한 화학물질, 그리고 의류 세탁에 사용되는 물과 자원 등 관련된 문제들도 적지 않다. 우유팩 버리듯 쉽게 버려지는 수많은 옷과 지자체의 애물단지가 된 의류수거함. 그 많은 옷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자선을 가장한 기업의 기부 실태 및 중고의류를 사는 소비자의 행위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영캐주얼 ‘무자크’와 ‘클리지’를 전개하고 있는 패션랜드는 친환경과 가치소비를 키워드로 한 브랜딩 전략을 편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전략이라고 하지만 제품기획이 아닌 마케팅 전략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환경캠페인 지속 등 가치마케팅을 전개할 만한 이슈가 제한적”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브랜드가 내세우는 친환경 전략도 마케팅에 치중됐으며, 제품 기획으로 파고든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영국을 기점으로 파리와 베를린 등에서 열리는 윤리적 패션쇼(Ethical Fashion Show)에는 병뚜껑과 구명조끼 천으로 만든 의류가 등장하는가 하면, 코오롱의 리디자인 브랜드 ‘래;코드’를 비롯해 피플트리와 프라이탁, 터치포굿 등에서 유기농 면, 트럭 덮개, 현수막을 이용한 옷과 가방 등을 선보이고 있다.
소재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스타일리시함을 덧입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속가능 패션의 또 다른 취약점이다. 섬유 상태에서 친환경 소재로 개발할 경우 낮은 생산성과 높은 가격 문제로 대중화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결국 기업의 지원이 뒷받침된 제품력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책임의식이 더해져야 한다. 단지 에코백 하나 들거나 버려진 옷이 재활용된다고 지속가능 패션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는가보다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은 생산과 소비, 폐기 과정에서 생겨나는 환경 문제 및 이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책임의식이다. <계속>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thical Fashion Show Berli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