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재고에 SPA는 오늘도 ‘땡처리’ 세일 중 [지속가능패션의 그늘④]
입력 2013. 08.21. 10:56:19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열대야 현상도 한풀 꺾인 요즘 SPA 브랜드의 시즌오프 정기세일 행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세일 기간에 SPA 브랜드의 가격표에 여러 차례 정정된 할인가격 스티커 흔적은 더 이상 특이한 광경이 아니다. 소비자들 역시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정가 11만9천원에서 3만9천원까지 할인율이 70%에 달하는 등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한 할인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국내외 SPA 브랜드들이 일찌감치 여름 세일 전에 돌입하면서 치열한 가격할인 경쟁으로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저렴함이 하나의 경쟁력인 SPA 제품마저 가격 거품이 상당한 것 같다’며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SPA 브랜드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하는 가격 할인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SPA 브랜드는 일반 패션 브랜드와는 달리 ‘패스트 패션’으로 매장 내의 순환이 빠르다. 일반 패션 브랜드에서 만나는 의류가 보통 6개월가량 기획·디자인·생산·유통을 거친 반면, SPA 브랜드는 유행을 신속히 반영해 몇 주안에 디자인·생산·매장 진열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라의 경우 시즌 당 1만 1천 종류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패션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패스트 패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아무리 소량 생산이라 할지라도 과도하게 많은 물량과 생산에 들어가는 자원 외에도 의류 폐기물, 옷 폐기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 등을 따져보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의류 폐기물 배출량은 2008년 기준 5만 4,677t에서 2010년 기준 6만 4,057t으로 9,380t(17%)이 늘어났다. 환경 의식 강화로 생활폐기물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반면 의류 폐기물은 2년 동안 3.54%에서 4.29%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를 새 옷으로 따지면 한 해에 1천억 원어치, 1kg짜리 보통 청바지로 환산하면 2010년 한 해에만 청바지 6,405만 장이 가정에서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SPA 브랜드가 의류 폐기물 증가의 원인으로 치부하기에는 큰 비약이겠지만, SPA 브랜드가 표방하고 있는 유행을 따라 짧게 입고 빨리 버리는 의류 소비 패턴은 패스트 패션과 의류 폐기물 증가 사이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SPA 브랜드의 연간 상품 회전율 12회~24회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다한 재고가 남게 되면 자금 회전이 안 되며, 과잉재고에 대한 관리비용이 가중되어 할인 판매가 불가피하게 된다. 가격인하의 정확한 시기 선정은 재고물량을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유행’이 격변하는 패션 산업에 ‘SPA 브랜드’는 패스트 패션과 함께 열풍을 몰고 오며 불황 없는 산업으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지속됨과 동시에 어느 순간부터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SPA 브랜드의 고공행진도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는 현재, SPA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신뢰와 과잉 재고 처리를 맞바꾼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진연수 기자, 뉴시스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