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 옷시장 “싼 값에 사입고 쉽게 버려요” [지속가능패션의 그늘⑤]
- 입력 2013. 08.21. 13:35:41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기성복 쇼핑을 하다 보면, 너무 똑같은 것들이 많아서 답답해져요. 그럴 때마다 구제시장을 찾게 돼요.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살 수 있거든요”
평소 스타일리시한 차림새로 직장동료 사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조모 씨(30)의 말이다. 그는 중고의 옷을 파는 ‘구제 시장’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꼭 찾아간다며 10년 넘게 다니면서 단골집도 생겼다고 덧붙였다.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수입 구제상가는 중고옷을 사려는 이들이 ‘매의 눈’으로 옷을 고르고 있었다. 버려지는 옷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유행이 점점 빠르게 변하는 만큼 버려지는 옷들도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래서인지 새것 같은 중고 옷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은 "싼값에 복고 분위기의 옷을 살 수 있어서 좋다. 간혹 트렌디한 아이템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제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에게 선택되면 중고 옷의 수명은 더욱 길어지는 것일까. 부산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 씨(25)는 “지금 트렌드에 맞는 중고 옷을 고르게 된다. 그래서 구입하고 몇 번 입지 않고 쉽게 버리는 옷도 많다. 비싼 값을 치르고 샀다면 버릴 때 망설여질 텐데 싼값에 샀으니 쉽게 버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중고 옷들은 기성복보다는 싼 편이다. 하지만 중고 옷들의 가격은 이른바 ‘부르는게 값’이라 불만인 소비자도 있다. 옷의 출처를 알 수 없으니 오로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기준은 ‘옷의 상태’다. 눈썰미가 부족한 소비자는 흠이 있는 옷을 비교적 비싼 값에 샀던 경험도 있다.
광장시장 수입 구제상가의 한 상인은 “중고 옷의 특성상 정확한 가격산정 기준과 유통경로는 알려줄 수 없다. 영업비밀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수거한 헌 옷을 제3국으로 수출하는 회사들이 있다. 거기서 옷을 떼 와서 판매한다”고 말을 아꼈다.
기자가 수입 구제상가를 방문한 날 몇 개의 가게에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가 도착하는 것을 발견했다. 주인들은 그 비닐봉지 안에서 가게의 성격과 잘 맞는 옷을 골라 다리미질한 후 진열했다. 걸리는 옷보다 봉투에서 그대로인 옷이 더욱 많았다. 이렇게 남겨진 옷들은 또다시 컨테이너에 실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구제시장은 헌 옷 중 일부를 다시 판매함으로써 옷의 수명을 높인 것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구제 옷을 구매한 후 몇 년 입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해 ‘패션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대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계속>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