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계 ‘오피니언 리더’의 부재
입력 2013. 08.22. 08:55:07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지난 8월 21일(현지시각) 런던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야외에 영국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등장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구호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35년 구형을 항의’하는 내용이다.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세계 각국의 부정부패 사실이 담긴 외교기밀문서 70만여 건을 폭로한 이후 2010년 5월 불법체포 됐다.
미국정부는 ‘미국의 중요한 외교전문을 유출한 범죄자’로 인정해 그를 감옥에 수감했다. 종신형을 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35년 구형을 받았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펑크는 정의이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말하며 그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웨스트우드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2013 밀라노패션위크’에서도 포착됐다. 그는 자신의 런웨이에 “프리 브래들리 매닝(Free Bradley Manning)”이라는 티셔츠를 입은 모델을 등장시키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런웨이가 끝난 후 매닝 일병의 캐릭터를 부착한 액세서리를 매치하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외국은 패션 디자이너가 오피니언 리더가 되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고 큰소리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연예인들만 봐도 조그마한 말실수로 뭇매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는 유명인사가 직접 나서서 보는 이마다 시각이 다른 정치적인 의견을 내세우면 ‘본업에나 충실하라’는 쓴소리를 듣곤 한다.
그래서인지 국내 디자이너 중에서는 또렷하게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를 통해 ‘캠페인’ 형식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곤 한다.
유명인사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고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일반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계인 만큼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도 앞장서서 의견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직접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본업에도 충실한’ 패션계의 오피니언 리더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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