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플 화장품의 사용기한 표기, 무엇이 어렵나?
- 입력 2013. 08.22. 13:53:22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휴가를 맞아 고민 없이 짐에 챙겨 넣는 샘플 화장품. 간편함에 즐겨 바르면서도 날짜가 지난 것은 아닌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판매 중인 또는 테스트용 화장품을 작은 용기에 담아 무료로 나눠주는 판촉용 화장품인 샘플 화장품은 정확한 사용방법이나 성분, 그리고 사용기한을 표시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부상태와 관계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 또한 높다.이에 법제처는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샘플 화장품의 사용기한 표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엄연히 얼굴에 바르는 건데 언제 만든지도 모른 채 샘플 화장품을 바르기가 두려웠다. 이제라도 제조 일자를 표시한다니 다행”이라며 법제처의 방침을 환영했다.
하지만 업계의 사정은 다르다. 우선 샘플 화장품은 테스트용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한 관계자는 “샘플은 본품을 쓰기 전 나에게 맞는지 테스트하는 판촉 용도로 만들어진다. 오랜 기간 모아뒀다가 한참 후 쓰라고 주는 것이 아니므로 받는 즉시 사용하면 사용기한을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으냐”며 법제처의 발표에 난감해 했다.
해외 제품의 경우는 어떠한가. 수입화장품 클리니크의 담당자는 “생산 날짜를 알려주는 배치번호가 샘플에도 표기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화장품 본품에는 사용기한 표기가 의무화돼있지만, 유럽을 제외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강제된 사항이 아니다. 제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화장품 안정성이 30개월 이하로 떨어질 때, 그리고 일본에서 효소나 비타민을 사용해 안정성이 30개월이 안 되는 경우에만 표기를 의무화할 뿐, 본품에 이를 표시하는 것은 회사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며 샘플에 대한 표기 의무는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표기 의무화가 추진된 계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소비자원이 조사한 샘플 화장품의 부작용 사례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한 사안인데, 조사 시점은 샘플 화장품 판매를 금지하기 이전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마구잡이로 판매되던 시기 샘플을 산 사람들에게서 발견된 부작용도 해당한다. 구입이 오래된 것일 수도 있는데 무조건 샘플을 썼기 때문에 부작용이 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샘플 화장품을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관계자는 “샘플에 사용기한을 표시하려면 생산설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다른 항목처럼 미리 용기에 인쇄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사용기한 표기는 내용물을 충진할 때마다 쏴 줘야 한다. 게다가 그 작은 용기를 잡고 레이저로 쏴야 하므로 설비 추가에 비용이 든다”고 했다. 이어 “주요매체에 광고하기가 힘든 중소기업은 샘플 화장품이 주된 홍보 및 판촉수단이다. 해당 설비에 적어도 수억 원이 필요하다는데 그들에게는 엄청난 돈”이라며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업계의 주장대로 테스트용 샘플을 받는 즉시 사용하면 아무 문제 없을까. 이 역시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므로 유통기한으로부터 자유로운 샘플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으며, 쓰고 있는 화장품을 두고 샘플부터 쓰라는 주장도 억지스럽다.
사용기한을 제품 한끝에 적거나, 제품 크기에 맞게 접히는 종이에 성분 및 사용설명까지 적어 부착한 해외브랜드 샘플도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찾기 위한 법제처와 식약처의 화장품법 정비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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