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옷 “재활용이 아닌 ‘희소가치’때문에 사는 거예요!” [지속가능패션의 그늘⑦]
입력 2013. 08.26. 10:07:33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입다 버린 옷들이 모이는 곳 구제시장. 여기에 모인 옷들은 어떤 경로로 새 주인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실제 기자가 동대문 구제시장을 돌아다니며 옷의 유통 경로를 알기 위해 질문해 보았지만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입 구제’라 불리며 구제시장, 빈티지 마켓 등에서 팔리고 있는 아이템의 유통경로를 구제 판매사업 경험이 있는 부산 거주의 대학생 A(23)씨를 통해 대략적으로 들어 보았다.
“구제 옷의 유통경로는 크게 집하장, 매장형식의 도매처, 창고형 세 개로 나눌 수 있다. 집하장은 도매업자들의 창고에 구제 옷 사업자 몇 명이 모여 고르는 형식이다. 양산시에 있는 한 공장에 직접 가본 적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큰 검은 봉지에 마구 담았던 경험이 있다. 매장형식의 도매처는 말 그대로 부산의 국제시장, 대구의 교동시장, 서울의 광장시장 등지에서 매장을 갖추고 소매와 함께 도매도 병행하는 이들을 말한다”
그 밖에는 A씨는 창고형식의 도매처가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집하장과 매장형식의 도매처 두 가지가 결합된 것으로 그는 직접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물건을 고를 수 있어서 좋고 마음에 드는 경우 도매로 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대학졸업 후 구제사업을 하는 B(25)씨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도매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판매자와 만나는 편이며 이메일이나 전화연락을 통해 업체별 원하는 콘셉트와 원하는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채워서 보내준다.
집하장에서 물건을 떼온 후 A급 의류를 선별해 그것들을 kg 단위로 판매하는 것이다. 정확한 콘셉트를 잡은 후 그것들을 크게 묶어 도매로 판매하기 때문에 약간 비싼 감이 있지만, 그에 비해 버려지는 옷이 적기 때문에 초기 자본이 적은 10~20대 사업하는 친구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으로 유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광장시장 구제수입상가 중 일부는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옷을 걸어놓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다음 인터넷에 올리는 사장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남자 구제 옷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광장시장 구제 수입상가의 C씨는 “손님의 숫자가 들쑥날쑥한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 매장은 꾸준히 방문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통한 장사가 더 잘 될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서울 광장시장 수입구제상가의 일부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홈페이지를 통해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적인 쇼핑 패턴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구제 옷가게도 유통 경로를 인터넷으로 넓혀가고 있었다.
이처럼 구제 옷의 유통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보면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꾸준히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패션의 대안으로 구제 옷을 떠올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구제 옷은 ‘재활용’보다는 ‘희소가치’로서의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구제 옷의 양은 방대하지만 아주 일부만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만나며, 구제 옷은 천편일률적인 기성복과 다르게 독특하기 때문에 구매한다는 소비자의 의견이 많았다.
아울러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형태가 지속된다면 오래 두고 볼수록 멋스러운 구제의 특성은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구제 옷이 지속가능한 패션의 대안으로 언급되기 전 오래 간직하고 싶은 구제 특유의 가치가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이예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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