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마다 제각각 의류수거함, 내가 버린 옷은 누구 손에? [지속가능패션의 그늘⑨]
- 입력 2013. 08.27. 10:48:56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유행이 지나거나 작아져 못 입는 옷들이 자연스럽게 향하는 의류수거함.
길거리에 설치된 수거함에는 옷이 아닌 쓰레기 무단 투기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며, 때로는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 지자체에서 뒷골목에 설치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나 일부 자치구에서는 버스 정류장 옆에 위치해 도시 미관을 해친다.특히 수거함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기존의 의류수거함을 운영하던 업체는 개인 또는 단체로, 거둬간 옷을 가져다 팔아 이익을 얻는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이권 다툼도 잦은 편. 일부 재활용업자들이 단체 명의를 빌려 설치하기도 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수거함에 대한 관리규정이 없어 대안 제시 또한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청 자원순환과 김상수 주임은 “기존의 의류수거함은 불법이라고 봐야 한다. 개인이나 단체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로 설치해 도로를 점용한 불법시설물이므로, 관에서 적법하게 설치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연말 각 구청에 공문을 보내 의류수거함을 일제히 정비하고 색상 및 디자인을 통일할 것을 권고했다. 시에서 제공한 디자인의 수거함을 설치하고, 가정에서 재활용품 배출하듯 주 1회 특정요일을 정해 구청에서 허가받은 업체에서 물품을 회수할 것을 제안한 것.
하지만 선택은 각 구청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진행되는 것으로 현재 시행 여부는 구마다 다른 상태다.
지난 3월 강남구는 낡은 의류수거함 1,234개를 철거하고 새 수거함 617개를 새로 설치했다. 서울시 표준디자인으로 통일된 디자인과 색상, 규격으로 제작됐고, 관리주체를 강남구재활용의류협회로 명기, 주변청소와 관리의 책임을 지정했다.
강남구청 청소행정과 조남식 주무관은 “크기와 모양이 다르던 무분별한 수거함을 철거하고 새롭게 정비했다. 서울시 차원에서 정비를 제안해 동참한 것이다. 기존에 의류수거함을 운영하던 단체들이 강남재활용의류협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구청의 위탁을 받아 관리한다”고 밝혔다.
지방의 상황은 또 다르다. 최근 강릉시가 의류수거함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아직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
경기도 광주시청 관계자는 “시에서는 의류수거함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미관상 이유 등으로 민원이 접수되면 수거함에 붙은 관리업체에 연락해 철거를 요청하거나 ‘OO일까지 철거가 안 되면 자진 철거하겠다’는 안내서를 수거함에 붙인다”고 말했다.
도로가 아닌 아파트 의류수거함은 도로 위 수거함과는 별도로 관리된다. 도로는 공공부지이므로 개인이 무단으로 설치, 점유할 경우 관에서 관리하지만, 사유지인 아파트에서는 설치업자와 입주자 대표가 별도의 계약을 맺어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
경기도 광주시 신현리의 한 아파트 내 의류수거함은 이 아파트의 재활용품을 거둬가는 업체에서 함께 관리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담당자는 “1달에 30만 원씩 받고 재활용품수거업체에 옷을 포함한 재활용품 일체의 수거를 맡겼다. 이는 잡수입으로 처리돼 매년 예산 이외의 예비비 또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의류수거함에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고지도 없다. 주민 이 모(38) 씨는 “아파트 내 의류수거함을 누가 관리하는지 주민들은 전혀 모른다. 내가 버리는 옷을 누가 가져가는지 알 수 없어 옷을 버리면서도 찜찜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관계자 말로는 의류는 kg당 500~600원 정도로 거래돼 재활용쓰레기 중 고가에 속한다. 수거함 속 의류는 주로 김해나 양산 일대 집하장으로 모여 구제 의류로 팔리거나 일본과 동남아 및 아프리카로 수출되며 상태가 좋지 않은 옷은 폐기된다.
새 수거함으로 도심 미관을 깔끔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주체를 확실히 알리는 것 또한 책임감 있는 관리의 시작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