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옷을 물려줘도 좋아하지 않아요” [지속가능패션의 그늘⑪]
입력 2013. 08.28. 17:21:08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옷장 속 가득한 유행 지난 옷과 쑥쑥 크는 아이의 작아진 옷. 벼룩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물려주거나 바꿔 입을 지인이 있지 않으면 헌옷은 처치 곤란이다.
아파트 단지나 골목에는 의류수거함이 있어 헌옷을 손쉽게 버릴 수 있지만, 수거함의 관리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내가 버리는 옷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헌옷수거업체가 성업 중이다. 전화만 하면 집으로 방문해 헌옷가지를 거둬가며 그 자리에서 무게를 달아 현금을 내준다. 지역에 따라 20~30kg 이상이면 방문하며 옷은 kg당 300~500원 선으로 거래된다. 집안에 쌓인 옷을 힘들게 들고 버리러 가지 않아도 되고, 많진 않더라도 수입까지 올릴 수 있어 네티즌 사이에서 알뜰한 헌옷처리 방법으로 많이 추천되고 있다.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거둬가는 옷은 주로 수출되거나 중고로 팔기도 하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폐기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영업기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헌옷뿐 아니라 폐가전, 폐가구 등을 함께 수거하는 업체도 많다. 한 업체는 방문 후 후기를 인터넷에 올리면 kg당 460원에 산다는 조건을 내걸고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업체의 관련 사이트에서는 옷을 수거업체에 가져가게 해 kg당 350원씩 14,700원을 벌었다는 후기도 눈에 띄었다. 헌옷을 거둬가 수출물량으로 공급하는 헌옷수거업을 소자본창업으로 소개하는 글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헌옷을 파는 것이 내키지 않으면 기부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비영리공익재단 아름다운가게는 옷과 신발, 각종 액세서리와 생활잡화를 기부받으며, 판매수익금은 어려운 이웃과 단체에 기부한다. 기부된 옷 중 판매가 불가능한 제품은 필통과 가방 등 또 다른 제품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2009년 창립한 비영리민간단체 옷캔은 버려진 옷을 재활용함과 동시에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으로 제3세계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옷캔 조윤찬 대표는 “기부자들이 손수 상자에 포장해서 택배로 부치는 번거로움을 이겨내고 꾸준히 옷을 보내주고 있다. 홍보를 따로 하지 않지만, 입소문만으로 연간 참여자 수가 1만~2만 명 정도로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힘든 환경의 아이들이 많은데 제3세계에 기부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조 대표는 “예전에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입던 옷을 물려주며 정을 나눴지만, 이제는 아이 옷을 물려줘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기부를 문의하는 분이 많다. 국내에서도 장애인단체 등 기관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옷을 보내드리며, 강원도 한 산골에서 패딩 의류가 필요하다고 해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기부하는 사람들이 정리를 잘해서 주는 덕분에 할 일이 별로 없을 정도라고 말하는 그는 “찾아보면 헌옷이 좋은 쪽으로 쓰이는 길이 많다. 조금의 수고와 번거로움만 이겨내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헌옷, 버리지 말고 팔자’고 광고하는 수거업체. 하지만 이렇게 사 간 옷들 역시 의류수거함에서 모인 옷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수거함에 버리는 옷들이 좋은 데 간다고 생각하지만, 수거함에 버리는 옷이나 방문수거를 통해 판 옷도 결국 개인의 이윤 추구 용도로 사용된다”며 소중한 가족이 입던 옷이 누군가의 이익 수단이 된다는 게 괜찮은지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물론 버리느냐 파느냐 기부하느냐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하지만 지갑을 열기 전 수십 번 고민했던 내 옷이 다른 재활용쓰레기처럼 kg당 무게로 가치가 평가되고 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사는 습관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리고 필요한 사람에게 옷이 전해질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을 생각해볼 일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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