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멍 나는 명품, ‘최고급’ 타이틀은 어디로? [해외브랜드 허와실⑧]
- 입력 2013. 08.29. 08:40:43
-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최고급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유지되는 질 높은 제작 공정과 소량 생산의 원칙이 바탕이 됐을 때 ‘명품’이라는 말이 부여된다.
그러나 최근 브랜드의 이름만 내걸 뿐 명품이 갖춰야 할 내구성이나 소재의 품질이 값어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R 브랜드의 저지 티셔츠는 한 장에 최소 50만 원에 팔리는 고가의 상품이다. 그럼에도 R 브랜드의 티셔츠나 기본 카디건의 소재가 유난히 얇고 잘 늘어지는 바람에 착용 후 1년 이내에 구멍이 뚫리는 일이 다반사다.
A 브랜드의 기본 티셔츠도 몇 차례 입고 세탁하기를 반복하면 네크라인과 밑단 부분이 한없이 늘어지거나 구멍이 나고 만다.
보통 10여만 원이라는 가격대를 유지하는 A 브랜드의 티셔츠가 R 브랜드 제품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디테일도 하나 없이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티셔츠를 1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주고 사야 한다는 점 또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매장 직원조차 R과 A 브랜드의 티셔츠가 늘어지고 구멍이 나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리기도 한다.
아무리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유의 원단이라 하더라도 일회용품처럼 일정 기간 입으면 버려야 하는 제품이 과연 명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 명품이라 해서 무조건 편한 것도 아니다. 도리어 명품이기 때문에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2013 S/S M 브랜드의 메인 아이템으로 등장했던 스틸레토 힐은 신는 즉시 발목에 무리가 와 걷지도 못할 만큼 상품으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P 브랜드의 화이트 블라우스는 지퍼를 끝까지 내리고 입어도 네크라인에 메이크업 자국이 묻을 정도로 통이 좁아 엄청난 불편이 따랐다. 또 블라우스 앞판에는 빽빽하게 주얼리까지 장식돼 입은 후엔 늘 부분 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으로 네크라인의 얼룩을 지워야만 했다.
그 밖에도 명품이라 사놓고도 관상용으로 전락하는 제품이 많다. 브랜드 이름에 담긴 명성과 가치 때문에 ‘입기 싫으면 네가 입지 마’라는 식의 콧대 높은 태도 또한 명품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이다.
비싼 가격 만큼 디자인은 물론 내구성이나 소재까지 충실해야 하는 명품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