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단도 눈속임 “어느 쪽이 진짜야?”
- 입력 2013. 09.03. 08:30:48
-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패션 업계에서 디자인 카피뿐 아니라 원단 카피도 만연하면서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의류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션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원단의 품질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 소비자는 옷을 만져보고 감촉이 좋거나 실루엣과 색상이 고급스러우면 비싼 원단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그냥 봤을 때는 서로 분간이 안 되는 원단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원단은 돈을 들인 만큼 값어치를 한다. 저렴한 소재로 만든 옷은 아무리 그럴싸해 보여도 세탁을 하면 뒤틀리거나 보풀이 생겨 바로 싸구려임이 탄로 난다” 동대문 원단시장 상인의 말이다.
넓은 원단시장을 가득 메운 원단 가운데 비슷해 보여도 소재나 두께는 완전히 다른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색상, 두께, 감촉까지 똑같이 느껴지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기도 하다.
“실도 실이지만 같은 실이라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소재가 탄생한다. 여기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가의 원단을 가져가 저렴한 가격대로 똑같이 카피하는 업체가 많다. 누가 카피 업체 사람일지 모르니 다른 소재와 비교해보라고 잘라놓은 샘플 원단도 내놓기 꺼려진다” 원단 가게 상인이 덧붙였다.
원단 카피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원단 가게 상인들만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원단을 제작한 소규모 디자이너들 역시 대기업이나 중견 그룹 브랜드에게 카피되기 십상이다. 생산된 원단이 디자인 심사에 등록돼 있지 않은 이상 법적으로 이렇다 할 대응도 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디자인심사정책과 관계자는 직물 디자인 등록을 통해 디자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직물디자인은 일부심사로 진행돼 여타의 디자인 제품 심사가 11개월 이상 걸리는 것과 달리 빠르면 3개월 안으로 등록된다”
그러나 회전율이 빠른 패션 시장에서 3개월이라는 카피가 이뤄지고도 남을 만한 시간이다.
또 디자인 한 개의 출원 비용만 해도 6만 원이고 심사에 통과돼도 등록하는 데 25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 발생하다 보니 생산되는 원단을 일일이 디자인 등록하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이에 원단 업계에서도 차라리 빨리 원단을 생산해서 판매해버리고 다른 곳에서 카피가 되더라도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디자인심사정책과 측도 비용이 발생하는 디자인 등록에 대해 “디자인 등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다. 물론 디자인 등록이 되면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허락 없이 복제된 제품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벌칙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보상받을 금액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명확한 규제가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직접 손해본 부분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심사 과정 중 카피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손실보상이라는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법적인 효력이 약하다 보니 별다른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 업계의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카피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계 관계자들의 상호 신뢰와 도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