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 받지도 못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구매확정`?
- 입력 2013. 09.04. 08:45:02
-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충북 청원군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필리핀에 사는 친구에게 라면을 보내기 위해 오픈마켓 11번가의 ‘해외배송 서비스’ 메뉴에서 라면 40봉지를 주문했다. 주문 후 보름이 경과했지만 친구가 라면을 받지 못했다고 해 11번가로 문의하자 “현재 필리핀에 도착한 상태로 곧 배송될 예정이니 기다리라” 안내했다고.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친구는 라면을 받지 못하자 이 씨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며 황당한 일을 겪게 됐다. 홈페이지에는 배송되지 않은 라면이 어느새 ‘구매확정’으로 변경돼 있었던 것.홈페이지 상에 ‘배송시작일로부터 21일 경과 후 자동으로 구매확정으로 변경되며 확정 후 반품,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확인하곤 망연자실한 이 씨는 고객센터로 수하물 추적을 요청했다. 하지만 11번가에서는 “국내 통관을 벗어난 물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며 “택배사를 통해 직접 경위를 파악하라”고 대답했다. 이 씨는 “국내 공항 통관 이후의 상황은 책임이 없어 고객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면 굳이 해외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며 “수취인의 수령 확인도 없이 구매확정으로 처리하면 물건이 분실돼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 어디서 구제받아야 하는 거냐”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이 같은 ‘자동구매확정’, ‘일괄 배송완료’ 시스템이 사업자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지며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컨슈머리서치가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오픈마켓 배송 지연과 그로인한 자동 구매확정에 대한 불만 건은 지난해동안만 총 378건에 달했다.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주요 오픈마켓들의 ‘구매확정 시스템’과 택배사의 ‘자동 배송완료’ 관행이 겹쳐져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물품을 받지 못했을 때에도 구매확정, 배송완료 처리로 인해 환불이나 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어 관련 약관과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구매확정 시스템이란 오픈마켓들이 제품을 판매하고 일정 기간 이후 물품이 소비자에게 배송됐을 거란 가정 하에 판매대금을 입점 판매자에게 자동으로 넘겨주는 제도이다.
이 시스템은 소비자의 물품 수령을 확인한 후 물품대금을 건네줘야 하지만 수령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려 일정기간을 정해 그 이후 자동으로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택배 지연으로 배송이 늦어져 소비자가 실제 제품을 받지 못하거나 분실된 상황에서도 ‘구매확정’으로 판매자에게 물건 값이 지급되고 이후 반품, 취소가 불가능하게 돼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택배 영업소들마저 물품이 도착하면 배송도 하지 않은 채 일괄 ‘배송 완료’로 처리하는 관행이 다반사여서 ‘배송완료’를 기준으로 ‘구매확정’ 도장을 찍는 오픈마켓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은 물론 최근 택배사 파업 등으로 배송이 지연되거나 물품이 분실되는 일도 허다한데 업체들 편의대로 시간이 지나면 자동 ‘구매확정’으로 간주, 대금을 나누고 이후 소비자 피해는 도외시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픈마켓 업체들은 “배송지연이나 물품 분실 등 취소사유가 명확하다면 자동구매확정 후라도 판매자와 협의 하에 반품,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택배사와 오픈마켓, 판매자의 3자 조사 등 절차가 복잡해 소비자들의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전자상거래 약관이 물품 수령 여부에 대한 통보 의무를 소비자에게 지우고 있어 오픈마켓들이 실제 수령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전화로라도 수령여부를 확인하던가 아니면 택배가 완료된 시점에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수령 사인을 하도록 하는 등 약관과 운영시스템을 개선해야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매경닷컴 MK패션 백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