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들해지는 갑을논쟁 “지루한 시간싸움, 버티면 승?” [또다른 갑을⑨]
- 입력 2013. 09.06. 11:06:18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남양유업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갑을논쟁은 화장품 및 주류 등 가맹사업을 하는 전 기업으로 확산되며 갑을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갑과 을의 개념조차 미처 구분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을’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총동원돼 을의 입장을 대변하며 갑에 맞대응하고 있다.그러나 갑을 논쟁이 계속되면서 지친 을과 입을 다문 갑의 공방은 지루한 시간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최인숙 간사는 “요새 갑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한풀 꺾이면서 갑의 입장에 있는 회사 측들이 그냥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라며 “미니스톱 역시 잘못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갑을논쟁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갑을논쟁에 거론된 기업들 모두 적극적으로 을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개선의지를 보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아모레퍼시픽과 미니스톱은 일보의 진전도 없는 상태에서 기계적인 응수만 하고 있다는 것이 가맹점협의회, 관여된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두 기업의 경우, 여러 차례 교섭이 이뤄졌음에도 한 번도 긍정적 방향을 도출해내지 못해 갑을논쟁이 시간싸움에 불과하다는 세인들의 견해를 입증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달 8일, 항의 방문한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본사 측 임원들이 고답적인 자세로 일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방문이 끝난 다음날인 9일, “민주당의 입장과 정책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입니다”라는 문구가 게재된 공문을 을지로위원회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문제시 된 가맹점주들을 방문하는 등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후 형사고발 건 취소를 제외하고는 어떤 변화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형사고발 건 역시 취소와 무관하게 피의자 점주에게 ‘협의 없음’으로 통보돼 형사고발 취하 역시 크게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
물론 갑도 상황에 따른 입장이 있다.
미니스톱 사장실 전민수 실장은 “교섭 때 마다 성실히 대화에 임했다. 그런데 가맹점주협의회 입장이 모호하다. 교섭 때마다 요구하는 바가 계속 추가된다. 그것보다 요구안이 가맹점주 전체를 위한 안인지 피해점주를 위한 안인지 정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라며 나름의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2차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피해 대리점과 자사 측 주장이 엇갈리기고 있어 합리적 판단을 위해 제3자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더불어 현 대리점주와는 체계적 상생 발전을 목표로 ‘방문판매 발전 협약안’을 내놨다”라고 말해 잘잘못을 정확하게 가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가맹점주협의회와 시민단체는 이들의 이런 대응이 해결을 위한 것인지 시간 끌기용 전략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한다.
이 가운데 가맹점주협의회 측의 억울함에 대한 호소는 점차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니스톱 가맹점주협의회는 농성과 불매운동이라는 강도 높은 대응을 선포하고 오는 9일 형사고발장을 접수할 것을 공표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을의 집결력이 약화되고 이에 따른 금전적 소모가 크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솔직히 시간이 흐르면서 협의회 내에서도 파벌이 생기고 일부 가맹점주는 본사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고 모임을 떠나기도 했다"라고 말해 시간을 끌수록 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니모리 전주점 조영길 점주는 “올해 벌써 3년째 대치상황을 이어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배상 요구 금액이 올라가는 것과 함께 소송비용도 올라간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싸움이기 때문에 멈출 수는 없다”라며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는 고충을 토로했다.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한 유통 전문가는 “갑을논쟁이라는 문구가 여론의 관심을 끌어내는데 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상대의 자존심 문제로 비화시켰다. 갑이나 을이나 지금은 실익보다는 명분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론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가맹점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은 갑의 제시한 개선안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지고 개선이라기보다는 문구수정에 불과하다며 울분을 터트린다.
갑이 제시하는 개선안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는 전제가 붙는다. 그렇다면 과연 그 법의 테두리가 을의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