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타 vs 피트인, 거미줄 동선을 위협하는 바둑판 동선 [쇼핑몰해부③]
- 입력 2013. 09.08. 18:52:35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동대문 상권이 거대 자본 간 치열한 격전지로 탈바꿈했다. 샤넬로 대중에게까지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대기업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의 피트인, 동대문의 터줏대감이 된 두산의 두타가 삼각형 구도로 연결돼있다.두타와 피트인은 각각 종로 6가와 을지로 6가로 향하는 지역에 위치해 그 사이에 경쟁적으로 들어선 동대문 소매 상가들을 포함하고 있다.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기준으로 할 때 피트인은 동대문 도매상권의 시작점에 두타는 끝 지점에 있다.
피트인은 백화점 유통기업의 동대문 입성이라는 업계의 부정적 시선을 뒤로하고 백화점 특유의 바둑판 동선을 기본으로 한 고급스러운 쇼핑 환경으로 여타 상가와 차별화 했다.
이에 대해 상가를 방문한 업계 관계자 및 소비자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20대 여성 소비자는 “매장이 정말 잘 돼있다. 그런데 막상 살려니 살게 없다”라고 했다. 이에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시한다. 쇼핑환경은 좋은데 상품 구성력이 약하다는 것이 피트인에 대한 대다수의 평가이다.
그러나 피트인에 대한 이런 시각이 두타에게 득이 되지는 못하는 분위기이다.
두타는 동대문 상권에 적합한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두타식의 재미있는 쇼핑공간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번 들어서면 좀처럼 출구를 찾기 힘든 거미줄 동선으로 인해 백화점의 정예화 된 동선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내점을 꺼려왔다.
따라서 동대문 내에서도 두타의 승승장구를 인정하면서도 피트인 오픈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피트인에 입점해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상인은 “브랜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피트인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apm 도매상가에서 오랫동안 잡화를 생산해왔던 업체로 브랜드 작업을 추진하던 중 피트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두타는 생각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두타는 아예 경우의 수에 넣지 않았다. 두타의 복잡한 동선은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과 맞지 않는다”라며 “무엇보다 뜨내기 손님이 많아 소비자 반응을 체크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동대문 상인들은 두타와 피트인의 유동고객 수가 10배의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 만큼 두타 동대문 상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이 모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두타가 동대문 상권에서 신진 디자이너를 개발하며 동대문은 장사치들의 집합소에 불과하다는 세인들의 선입견을 바꾸는데 공헌했다고 평한다. 그러나 또 한 번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금까지 두타가 보여준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앞서 피트인 입점 이유를 밝힌 이 관계자는 “현재 피트인 내 매장들이 각기 서로 다른 이질적 느낌이다. 일반적인 브랜드와 동대문 상가 제품 매장이 뒤섞여 있다 보니 아무래도 불협화음이 있다. 지금부터가 관건이다. 브랜드들은 제도권 유통에 맞게 체질화된 때를 벗고, 동대문 제품들은 역으로 그 때를 적당히 묻혀야 한다”라며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동대문에서 두타와 피트인과 연합노선을 구축하려는 듯 보인다. 피트인 오픈 당시 매출이 좋은 디자이너들을 빼내고 있다며 불편한 시선을 드러냈으나, 지금은 피트인이 잘 돼야 상생한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두타가 피트인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라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상인들이 피트인이 제시한 쇼핑환경에 높은 호감도를 보이고 있어 실력 있는 상인이나 디자이너가 굳이 피트인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동대문의 랜드마크였던 밀리오레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두타가 동일한 수순으로 피트인에게 랜드마크 자리를 내줘야 하는 시점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 수 있다는 시각에 나온 견해이다.
피트인에 입점된 한 디자이너 매장 관계자는 “피트인의 문제는 생각보다 홍보가 안 돼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매주 문체부에서 주체하는 패션쇼가 열리고 9월부터 막대한 비용을 들여 TV광고를 하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픈 초기 예산이 충분치 않았던 롯데자산개발이 광고 등 홍보마케팅에 소극적 입장이었으나, 이달부터 본격적인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움직이고 있어 유통전문기업으로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두타와 피트인은 대결과 상생을 양 끝점에 놓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게임에 승자가 있을지 아니면 적당한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