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은 ‘열 여자 안 부러운’ 남자가 대세 [트렌디한 그 남자의 가을①]
입력 2013. 09.09. 10:01:34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2013-2014 F/W 맨즈 컬렉션은 성의 경계를 허무는 데 열중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린 주요 컬렉션에서는 흩날리는 실크 가운과 슈퍼 미니 쇼츠로 무장한 남자 모델들이 앙상한 다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레이스로 뒤덮인 수트, 눈이 시린 형광 컬러와 프린팅 조화의 룩까지 여성복보다 섹시한 옷들이 총출동했다.
덕분에 거리의 남성들에게도 정형화된 ‘남자 옷’의 틀을 깰 기회가 주어졌다. 그동안 억눌렀던 내면의 여성성이 있다면 올 가을만큼은 마음껏 뽐내도 용서될 예정이다.

▶더 짧게, 더 타이트하게, 숏 팬츠
봄, 여름부터 가을시즌까지 유독 짧은 팬츠 스타일의 남자들이 많았다.
여름 내내 남자들의 슈퍼 미니 쇼츠 스타일이 성화이더니, 가을 시즌 역시 웬만한 여자들도 주눅 들게 할 가냘픈 다리의 남자 모델들이 쇼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지방시의 남자들은 목 끝까지 단정하게 단추를 여민 셔츠와 프린팅 스웨트 셔츠를 매치한 뒤 사각팬티라 착각을 일으킬 만큼 짧은 길이의 쇼츠를 입었다. 거기에 부피가 큰 아우터를 허리에 꼭 묶으니 어딘지 우스꽝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룩이 완성됐다.
그 밖에도 톱과 쇼츠를 같은 패턴으로 맞춘 뒤 레깅스를 신긴 장광효의 귀여운 스타일, 커다란 체크무늬 쇼츠에 펄럭이는 케이프까지 입힌 몽클레르 감므 블루, 유럽 병정처럼 각지게 떨어진 재킷과 팬츠로 젠틀한 룩을 소개한 톰 브라운까지 각양각생의 쇼츠 스타일이 런웨이를 물들였다.
물론 쇼츠가 짧아진 만큼 무대 위 모델들은 레깅스를 덧신거나 목양말을 추켜세웠다. 또 재킷은 더 길고 두껍게 빼주는 것이 이번 F/W 쇼츠 스타일링의 포인트다.
거기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잘빠진 레이스업 슈즈나 컬러풀한 운동화를 매치하는 엉뚱함까지 겸비한다면 올 가을 트렌드에 다가서는 것도 문제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부시게, 화려한 수트
수트들의 반란이 최고점에 달했다. 가장 남자다워야 할 수트가 가장 예뻐진 것.
디자이너들은 아래, 위가 세트라는 기존 수트의 형식은 유지하되 어느 때보다 화려한 색감과 프린트로 수트가 갖고 있는 남성성을 깨트렸다.
구찌의 물색 수트부터 폴 스미스의 형광 핑크빛 정장, 질 샌더의 새빨간 재킷과 팬츠, 카이의 개나리색 그라데이션 수트까지 남녀 불문,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컬러풀한 수트가 공개됐다.
컬러 수트의 향연이 펼쳐지는 동안 돌체 앤 가바나는 여성복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로크풍 꽃무늬를 수트와 접목시켰고, 고태용은 아기자기한 무지개색 도형을 수트 위에 그려냈다. 또 베스트부터 셔츠까지 같은 패턴을 반복시킨 알렉산더 맥퀸, 꽃모양 자카드 원단 위에 자수 꽃무늬까지 더한 김서룡의 사랑스러운 수트 등 곳곳에서 정장의 정형화된 틀을 허무는 데 집중했다.

▶어깨는 넉넉하게 길이는 짧게, 야구점퍼
복고풍 전성시대인 만큼 주요 컬렉션에서는 넉넉한 어깨와 짧은 밑단으로 무장한 야구점퍼를 쏟아냈다.
정갈하게 머리를 쓸어 넘긴 준지의 모델들은 어깨 봉제선이 사라진 커다란 야구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야구점퍼를 땅에 끌릴 듯 긴 코트와 펑퍼짐한 하이웨이스트 팬츠, 롱 부츠와 믹스매치해 새로운 야구점퍼 스타일링을 시도했다.
존 로렌스 설리반의 헝클어진 머리의 미소년들도 주목받았다. 스키니한 팬츠 위에 새빨간 야구점퍼나 잔꽃무늬 야구점퍼를 걸쳤다. 거기에 일수가방같은 박스형 클러치를 어깨에 끼우니 여자들도 탐낼 룩이 완성됐다.
준지나 존 로렌스 설리반의 야구점퍼 스타일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캘빈 클라인처럼 심플한 디자인의 조끼로 점퍼의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무게감 있는 소재나 컬러의 야구점퍼는 실루엣 특유의 복고적인 이미지를 중화시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스타일리시할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야구점퍼는 올 가을 남자들의 트렌디한 아이템 1순위로 예상된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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