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박탈된 망각"
입력 2013. 09.09. 15:22:09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행운은 망각이다. 그러나 손 안에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우리 모두에게 망각은 사치가 됐다.
LG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보고서 ‘디지털 시대의 ‘잊혀질 권리’ 규제만으로는 한계, 다양한 해법 모색해야’는 망각의 자유를 뺏긴 현대인들에게 잊혀질 권리를 찾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러한(망각) 축복을 누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온라인에서는 기록이 계속 남아 검색 엔진을 통해 쉽고 빠르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에 무심코 올린 사진이나 웹 게시판에 쓴 댓글이 인터넷에 공개돼, 지우지도 못하고 ‘온라인 주홍글씨’로 작성자를 평생 따라다니는 사례가 많다”라며 지워지지 않는 데이터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잊혀질 권리 박탈의 심각성은 소멸되지 않고 장기 저장된 데이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특정 목적에 의해 나에 대한 데이터들을 생성하고 저장하는 미국의 치밀한 감시체계를 고발했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 업체들이 정부의 사생활 감시체계에 적극 개입돼 있음이 공론화 됐다.
어제(8일) 방영된 SBS 스페셜 ‘감시사회’는 빅 데이터 시대가 초래한 경악할만한 사회 현상을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정보의 저장과 가공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얼마만큼 침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너무나 간단한 기술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저장된 데이터는 잊혀질 권리를 방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 자원이 된다.
이 보고서는 잊혀질 권리를 찾아주려는 노력 일환으로 EU가 2012년 1월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보호규칙(Regulation)을 제안했으며, 2014년까지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차원의 정책적 접근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에서 인터넷 업체들의 잊혀질 권리 관련 서비스 사례를 설명했다.
시큐어세이프(SecureSafe)는 클라우드 저장창고에 저장된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사후 유족이 삭제 및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글은 지난 4월 고인의 계정을 삭제할 수 있는 휴면계정관리서비스(Inactive Account Manager)를 시작했다.
또한 사진 공유 SNS앱인 스냅챗은 사진을 전송하는 사람이 보는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데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처럼 5초 후 메시지 자동 삭제도 가능하다.
잊혀질 권리 서비스가 발전 형태로 온라인 이력을 관리하는 인터넷 평판 관리 서비스도 소개했다.
구글은 2011년 자신의 이름, 이메일 주소, 블로그 등 개인 관련 정보가 웹에서 타인에 의해 어떻게 인용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웹 세상의 나(Me on the Web)’ 서비스를 제공해 자신의 평판을 인지하고 원치 않는 정보의 삭제를 돕고 있다. 또한 딜리트미(deleteme), 레퓨테이션닷컴(reputation.com) 등은 전문적으로 인터넷 평판을 관리해주고 있다.
최근 연예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을 통해 사진 임의 사용을 법적으로 제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잊혀질 권리를 허용하지 않음은 물론 저장된 데이터를 악용하는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도용 및 재가공 문화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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