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 산학협력, 패션쇼부터 제품 출시까지
- 입력 2013. 09.12. 12:10:10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패션업계에 산학연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과 교육기관이 교육 및 연구 활동에서의 제휴, 협동, 원조를 통해 기술 교육과 생산성의 향상을 기하는 산학협력은 그간 이공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나, 최근 패션계에서도 브랜드가 대학과 손잡고 패션쇼를 선보이거나 제품을 출시하는 등 그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슈즈 브랜드 C는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 및 대학원생과 산학협력으로 12일 2013 가을/겨울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번 패션쇼는 학생들이 해당 브랜드 제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의상을 입고 모델이 무대에 오르는 콘셉트로, 브랜드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일리스트가 의상을 마련하고 우리 신발을 무대에 올리는 방법으로 쇼를 진행해 왔지만, 이번엔 학생들의 졸업 패션쇼와 브랜드 신제품 패션쇼를 한데 묶어 기획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지도한 간호섭 교수는 “디자인을 공부한 학생들이 슈즈 콘셉트에 맞춰 옷을 디자인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발휘됐다. 아이디어는 신선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학부생 작품과 비교하면, 대학원생들은 이미 활동 중인 학생들이 많으므로 숙련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잡화 브랜드 M은 오는 27일 ‘2013 F/W M 패션&컬처 트렌디 쇼’를 개최한다. 이번 패션쇼는 ‘눈의 여왕’을 테마로 동덕여대 학생들이 선보이는 100여 점의 꾸뛰르 컬렉션과 미디어&페이퍼 아트가 전시될 예정이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전공 학생들은 지난 6월에도 브랜드 M과 손잡고 졸업작품 패션쇼를 개최한 바 있다.
학생들의 패션쇼에 업체가 개입할 경우 학생들의 순수 창작 작품이 브랜드에 가려 상업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지만, 학생들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비싼 패션쇼 비용 마련이라는 재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직접 제품 개발에까지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 6월 한 속옷전문기업은 충남대 의류학과와 손잡고 한국인 체형을 고려한 3D 입체 패턴의 스포츠 전문 속옷을 선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대학원생들은 부족한 현장 실무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고, 우리는 기존 업체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인체공학과 기능성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반응이 좋은 편으로, 1차에 이어 2, 3차로 계속 산학협력을 진행해 특화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반응이 산학협력에 따른 것인지 최근 스포츠 기능성 웨어의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패션 관련 업체와 학교 간 손을 잡는 사례가 느는 이유는 물론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다. 해당 분야의 연구기술을 업체가 공유함으로써 제품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학생들은 산업현장의 체험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추후 취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컬렉션을 지도한 홍대 간호섭 교수는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에서 학생을 스카우트할 수 있고, 쇼를 본 다른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하는 등 다양한 기회가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학교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교육부의 적극적인 산학협력 장려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현장과 분리된 연구 중심의 대학 교육은 많은 지적을 받아 온 가운데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을 장려하고 나선 것.
산학협력 중점교수제가 확대되면서 교육지원, 연구지원, 취업지원 등 산학협력 관련 지침이 발표되고, 교수임용 시 산학협력 로드맵을 제시할 것과 기업체 근무 경력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에 참여한 51개 4년제 대학 중 패션과 뷰티를 포함한 디자인 관련 산학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의 수는 2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에 참여한 대학에서는 교원업적평가 시 산학협력 실적만으로도 승진과 승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산학협력 활동이 교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물론 학생의 아이디어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상용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존재하며, 많은 기업이 이 같은 불안함 때문에 산학협력을 꺼리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 같은 사례가 일회성의 이벤트로 그치는 데 대한 우려와 교육보다는 외부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교수를 향한 염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와 대학의 산학협력이 한동안 보류됐다가 최근 재개된 것처럼 서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중간에 깨지는 일도 적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학문을 가르치는 상아탑 본연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같은 협력 기회를 통해 미리 실무를 익히고 업체 또한 제품 개발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는 등 상호 간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