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18세 이하 미용성형 금지한 타이완, 한국은 과연?
- 입력 2013. 09.13. 10:56:08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타이완 정부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미용성형 수술을 금지했다.
청소년의 정신건강 보호를 이유로 미용 성형을 금지함에 따라 타이완에서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유방 확대와 지방 흡입, 코 성형, 쌍꺼풀 수술 등이 11일부터 금지됐다. 이를 어기면 최고 20만 타이완 달러, 약 73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현지 언론은 밝혔으며, 화상 흉터 제거 등 치료를 위한 수술은 나이와 관계없이 허용된다.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최근의 인식을 반영하듯 한국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방학을 맞아 성형수술을 받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는 ‘방학시즌 할인’, ‘학생 할인’ 등의 문구로 이를 부추기기도 하며, 자녀의 성형수술을 부모가 직접 권하는 경우도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방학이면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찾는 일이 급증한다. 학생들끼리 인터넷 등을 통해 이미 많이 알아보고 방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신체적 성장이 덜 된 나이에 실시하는 미용성형수술은 큰 부작용으로 고통받을 위험이 있다. 특히 그 위험성이 신체 부위에 따라 다양해, 뼈를 다루는 수술인 경우 뼈가 휘거나 잘못 자라 기형이 되거나 더 자라야 할 뼈의 성장이 멈추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이재영 의원은 지난 1월 25일 성장이 진행 중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인이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받고자 하는 자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성형부위에 따른 연령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성형수술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재영 의원은 “우리나라도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을 청소년에게 하는 경우 나이에 따른 성형 부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성장이 덜 된 나이에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며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고 올바른 성장을 유도하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2008년 4월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 의원 30명이 청소년 대상 성형수술 금지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2009년 12월 18세 이하 소녀의 가슴 성형수술 또는 다른 성형수술 금지 법안을 입법화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현재 성형수술을 하려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3개월의 숙려기간, 의무적인 상담, 2차 의견 청취를 제안하고, 16세 이하 청소년의 바디 피어싱 금지 내용을 담은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광저우시는 지난해 말 미성년자 보호규정 초안을 발의하면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문신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다. 이 초안은 6월 시 정부를 통과했으며, 올가을 광둥성 정부 심의까지 마치면 실제로 시행된다.
하지만 2월 초 대한의사협회는 이재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의사의 결정권과 미성년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 형성으로 의사의 결정권과 환자 간의 동의(법정대리인의 동의)하에 이루어지고 있던 당연한 것을 굳이 법률로써 규제할 경우 선진 의료문화 추구라는 공익의 침해가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사의 결정권 침해, 성형을 희망하는 미성년자에 대한 선택권과 행복추구권의 침해 등 사익 침해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확인 결과 현재 이 법안은 1월 28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아직 상정도 되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나 검토, 보고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는 “현재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으로,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어서 지연되는 것은 아니고 쌓여 있는 법안이 많다 보니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의안 접수 당시 이렇게 제한을 하면 오히려 청소년의 불법 성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는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조차 성형으로 이끄는 외모지상주의 풍토는 그대로인데 이들의 성형을 막으면 외모에 가장 민감한 시기인 청소년의 자존감은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의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성형 한국’의 위용을 과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생각해 볼 일이며, 청소년의 미용성형을 금지하고 나선 각국의 상황 역시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인구 1천 명당 성형수술 시술 횟수 13.5건으로 그리스, 이탈리아,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계류 중인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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