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은 차별?" 인종편견과 비만혐오 논란 `에버크롬비 & 피치` [해외브랜드 허와실⑨]
- 입력 2013. 09.20. 15:11:51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기자] 패션은 동화와 차별 두 가지 이중적 논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감각을 발휘하느냐로 사회적 진가가 결정된다.
개인이 희망하는 사회적 군집에 수용될 수 있는 패션과 남과 다른 나의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는 패션. 이 같은 상반된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패션이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산업으로 평가받아온 이유이다.이처럼 사회적 역할론이 강조되는 글로벌 패션시대에 인종 편견과 비만 혐오주의를 고수하는 에버크롬비 & 피치가 쏟아지는 비난에 놀랍도록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모습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해외언론들이 한 과체중 여성이 애버크롬비 & 피치를 빗댄 '어트랙티브 & 팻(Attractive & Fat)'을 테마로 깡마른 여성만을 선호하는 브랜드 정책을 조롱하듯 촬영한 캠페인성 화보를 앞 다퉈 공개했다.
호전적인 베이커(The Militant Baker)로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 여성은 애버크롬비 & 피치를 상징하는 신체조건을 갖춘 남성 모델과 촬영한 의미심장한 화보를 공개 메일로 보내 화제가 됐다.
이 뿐 아니라 미국언론들은 한 무슬림 여성이 면접과정에서 머리스카프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고용된 이후에도 계속 무슬림 복장을 고수해 해고당한 사례를 공개하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극심한 인종 편견 실태를 공론화 시켰다.
이 여성은 매장 관계자와 협상을 통해 회사컬러의 머리 스카프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근무를 했으나, 지역 관리자가 매장을 방문해 이 여성의 복장을 문제삼아 해고를 통보했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더구나 이 여성은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판매가 아닌 상품관리가 주 업무로 알려져 브랜드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애버크롬비 & 피치는 스몰 사이즈 정책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쿨한 스타일의 슬림한 체형을 소유한 고객들이 타깃이라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무슬림 여성의 머리스카프와 히잡 착용에 대해서는 “브랜드의 룩폴리시(Look Policy)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초래한다”라며 한발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특징적 우월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애버크롬비 & 피치가 서울 청담동 한 복판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한다.
이에 대해 한국 패션계는 미국 중저가 패션의 상징인 애버크롬비 & 피치가 청담동에 입성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청담동이 명품거리로서 위용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SPA형 브랜드가 입성하는 것은 이해불가라는 반응이다.
한편에서는 애버크롬비 & 피치 청담동 매장이 브랜드가 고수하는 특징적 우월주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 소비자는 "이해할 수 없다. 애버크롬비가 유행에서 한참 뒤져있는데 이런 이슈가 끊이지 않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라면서 "언론에서 이 같은 뉴스를 접하면 혹시 애버크롬비가 논란 마케팅을 통해 추락하는 브랜드력을 만회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애버크롬비 & 피치가 통합의 시대인 21세기, 이 같은 신념에 집착하는 모습은 다양성과 통합이라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한국 패션계는 인종 편견과 비만 혐오를 노골적으로 피력하는 애버크롬비 &피치에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AP 뉴시스, 애버크롬비&피치, 홀리스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