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상 착용 실태, 강제규정부터 자발적 참여까지 [한복 세계화⑧]
입력 2013. 09.23. 17:44:34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복식은 분명한 인류문화의 산물이지만, 미디어와 교통의 발전을 타고 패션에까지 침투한 글로벌리즘은 각 나라 전통의상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어놓았다. 나라마다 고유의 민족복이 있음에도 획일적인 서양의 패션문화가 일상복으로 정착됐으며,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평소 입는 스타일의 옷을 구하는 일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긴 역사적 전통은 그 민족에게 정체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큰 자양이 된다.
현재 서양식 일상복이 전 세계 복식의 보편적 양식이 되었지만, 나라마다 이 양식에서 벗어나 민족 고유의 옷차림을 계승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라오스 여인이라면 누구나 전통의상 신(sin)을 입는다. 통이 좁고 긴 자루 형태의 이 치마는 학교에 갈 때나 평소에도 많이 입지만 회사에 가거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자리에서, 특히 관공서 출입 시 필수적으로 입어야 하는 의상이다. 또한 단순한 일상복에서 화려한 금박과 자수로 장식한 행사복까지 신은 라오스 여성을 대표하는 필수 의상이다.
라오스의 여성은 미니스커트와 바지는 입을 수 없으며 머리 염색이나 웨이브 펌 또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런 차림으로 관공서에 출입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며, 거리에서 경찰이 복장을 단속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전통의상 강제규정은 라오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란 여성들은 법으로 이슬람 복장 규정을 따를 것을 강요받는다. 의무 복장인 히잡을 부적합하게 착용하거나 저속한 옷차림을 한 여성은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된다.
한편 치파오는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의상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지만, 중국 내에서의 대접은 신통치 않다. 젊은 여성이 일상생활 속에서 치파오를 입는 일은 많지 않으며, 결혼할 때 신부가 웨딩드레스와 치파오를 입는 비율은 반반 정도로, 치파오는 나이 든 사람들이 입는 전통의상이란 인식이 퍼져있다.
한 중화권 업무 담당자는 “치파오는 너무 타이트해서 날씬한 여성만이 입을 수 있는 옷이란 인식이 강하다. 몸에 밀착돼 불편하다는 것도 치파오를 쉽게 입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며, 치파오는 대부분 중국인이 자랑스럽게 갖춰 입지는 않는 민족복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로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으로 치파오가 많이 판매되며, 중국 정부에서는 관광지에서 치파오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도록 하는 등의 홍보를 통해 중국의 전통의상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기모노는 젊은이의 폭넓은 사랑을 업고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이면 일본 도쿄 시부야와 긴자 등 패션의 거리에 스스럼없이 기모노를 입고 나서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미츠코시 등 고급 백화점에는 사라졌던 기모노 코너가 다시 등장했고, 드라마 ‘하얀거탑’ 일본판에서 다뤘듯 고위층에서는 고급 기모노 천을 선물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22일 방송된 SBS 일요특선다큐 ‘함께 읽는 독서의 맛’에서는 한국의 독서 모임을 소개하며 일본 젊은이들의 독서 열풍을 다루었다. 방송에 소개된 일본 젊은이들의 높은 독서 열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여러 동아리 중에서도 자발적으로 기모노를 차려입고 모임에 참석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복식을 입을 채 독서토론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감히 우리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문화적 긍지를 엿보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전통의상 한복은 19세기 말 변화를 맞은 지 불과 100년 사이에 일상복에서 의례복으로 변신했다. 명절이나 결혼 등 특별한 일에만 입는 한복은 그마저도 구매가 아닌 대여를 통해 입는 일회용 의상으로 전락하며 한복시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한스타일’의 하나로 한복과 한글, 한옥 육성 계획을 수립하거나 추진 예정 중이다. 이에 종로구청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강제성을 띄고 ‘전통한복 입는 날’을 지정해 한복 착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제성이 한복과의 멀어진 거리를 좁히는 데 효과를 불러올지는 미지수다. 한복은 속옷까지 완벽하게 갖춘 채 전통 그대로 예를 갖춰 입어야만 한다는 답답한 생각이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라오스관광청 홈페이지, MK패션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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