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차별이 관건” 중소업체 생존경쟁이 진보로 [라이브 도쿄스타일]
입력 2013. 10.08. 18:46:02

[도쿄=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국내 패션시장의 쏠림현상에 대해 일본 패션계 관계자는 중소업체 수의 절대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일본 역시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패션 소비 위축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기도 했다. 이세탄 위기설까지 나왔던 일본 패션가는 매장마다 세일 포스터로 도배된 광경이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백화점, 쇼핑몰 마다 중소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콘셉트로 특화된 편집매장들이 들어서있다. 일본 패션가는 이처럼 철저하게 대기업 자본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일본은 불황을 겪으면서 제조 브랜드 체제에서 중소기업에 의한 유통 브랜드 체제로 전환됐다. 일본이 패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미국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은 유통 브랜드 시스템이 주효했으며, 이는 철저하게 중소업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이 일본 패션계 관계자의 견해이다.
아이디룩 기획본부 토이소이치로 상무는 “대기업 점유율이 높아진 한국과 달리 일본 패션계는 대부분 중소업체이다. 경기가 어려워져 패션시장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소업체만 남게 됐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이 전화위복이 됐다”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이 패션시장에서 버티기 위해 ‘차별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으며,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철저하게 콘셉트에 충실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스스로 차단했다.
이러한 일본 중소업체들의 차별화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유니클로 같은 SPA브랜드와 빔스, 유나이티드 애로우 같은 편집브랜드숍이다.
그 역시 편집브랜드숍의 진화를 일본 패션계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빔스도 처음에는 90% 이상이 수입브랜드였다. 사장이 직접 미국 서부에 가서 상품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체 디자인 제품 비중이 높아졌다. 수입브랜드가 분위기 잡는 역할을 하고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는 형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차별성으로 출발한 편집매장이 매출부진을 넘어서지 못하고 하나둘 시장에서 철수하고, 그 자리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집매장으로 채워지고 있다.
일본에서 자체 제조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자국 브랜드 소멸에 따른 일본 패션가의 위기가 아니라 중소업체의 생존경쟁이 이뤄낸 유통 브랜드로의 진화라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라고 일본 패션계는 말한다.
일본에서 자체 제조 브랜드가 사라진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 패션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패션계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일본은 중소업체들이 기초가 된 탄탄한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패션산업은 현재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이나마 버텨낼 수 있었던 것에 대기업 역할이 컸다고 패션계 관계자들은 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기업이 패션시장을 자본경쟁으로 변질시켜 자생력을 약화시켰다는 견해가 설득력 얻고 있다.
한국 패션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 중소업체가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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