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없어진 보물, 부산 남포동 빈티지 시장의 3색 매력
입력 2013. 10.09. 12:50:04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빠르게 지나가는 트렌드에 회의감이 느껴지고 한 철만 지나도 촌스러워 보이는 옷장 속 옷들을 보고 있자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물건에 빠져들게 된다.
‘섹스앤더시티’의 의상 감독 패트리샤 필드는 처음에 협찬이 어려워 뉴욕 빈티지 시장을 샅샅이 뒤져 발견한 보물들을 주인공들에게 입혔다고 한다. 이 대체할 수 없는 패션은 시즌2 부터 거의 모든 명품들이 이 드라마에 협찬을 하고 싶어 줄을 서게 만들었다.
‘빈티지’는 이와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또 대체할 수 없다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 하지만 빈티지의 대중적인 유행과 함께 포화된 서울의 빈티지 시장은 정형화돼 기성복화 되고 있다.
유행하는 비슷한 스타일의 옷들만 골라놓은 셀렉숍이 대부분이며, 트렌디하게 리폼한 숍들도 많다. 유행에 따라 가격도 치솟아 예전처럼 ‘보물 발견’, ‘득템’이라는 매력도 빛바래고 있다.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은 이러한 빈티지 마니아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장소다. 빈티지 시장 트렌드에 맞춰가는 숍도 있지만 옛 구제시장 그대로의 모습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다양한 모습이 함께해 더욱 반가운 부산 남포동의 빈티지 시장을 샅샅이 찾아 다녔다.

옛 모습 그대로, ‘천 원에 한 장, 키로에 오만원’
옛 빈티지 시장의 가장 큰 묘미는 하나하나 물건의 가치에 신경쓰지 않고 “한 장에 천 원”을 외치는 시크한 주인들과 수북히 쌓인 옷 사이에서 천 원짜리 보물을 발견하고 감동을 하는 손님의 갭에 있다.
서울에서는 없어진지 오래인 이 광경을 이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빈티지 골목에 마주하고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옷을 가득 쌓아놓고 1개에 천 원 혹은 1개에 3천원, 2개에 5천원 등의 표지판을 내걸고 있다.
서울에서는 요즘 보기 힘든 방대한 양의 옷이 쌓여있는데다 옷 뿐 아니라 액세서리들도 마구 섞여 있어 ‘득템’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이곳에서는 1kg에 얼마를 책정해 무더기로 팔기도 하고 도매를 함께 하는 곳도 종종 보인다.

’광장시장’과 비슷한 상가 속 숍들
골목에 늘어선 가게들 외에도 상가 건물에도 빈티지 숍들이 즐비하다. 이곳은 거리에서 쌓아놓고 파는 것에 비해 좀 더 정돈돼 있다. 광장시장의 구제 건물 혹은 동대문 상가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상하면 된다.
상가 안에는 브랜드, 명품,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특화된 가게들이 많아 명품 빈티지를 찾는 사람들이 쇼핑하기에 제격이다. 소재도 울, 캐시미어 등은 따로 진열해 두는 등 약간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곳들이 많다. 가격도 길거리 숍들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다.

빈티지를 사랑한 젊은 사람들의 가게
시장 속에는 가로수길의 빈티지 숍을 보는 듯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으로 꾸며진 가게들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대부분 빈티지의 매력에 빠진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와 운영하는 곳으로 셀렉한 아이템 혹은 그 아이템을 리폼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
쌓인 옷들을 모두 뒤져서 좋은 아이템을 찾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귀찮은 사람들은 이런 곳들을 찾을 것. 비슷한 콘셉트의 서울 빈티지 숍은 셀렉 아이템, 리폼 아이템을 기존의 옷보다도 비싸게 팔고 있는 반면 이곳은 가격도 빈티지의 메리트를 저버리지 않고 저렴하게 팔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직원을 두지 않고 대부분 오너가 직접 운영해 살뜰한 스타일 코칭도 받을 수 있다.
남포동 빈티지 시장을 돌다보면 위의 세 가지 특징의 숍 말고도 눈에 띄는게 '수선집'과 '가죽 매장'이다. 빈티지 옷은 시대마다 달라지는 실루엣의 특성상 어깨, 기장 등을 수선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길거리 곳곳 혹은 상가 속에 있는 이 수선집들에서 즉시 이런 부분들을 수선할 수 있다. 길에서 재봉틀을 ‘드르륵’ 박거나 혹은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는 모습도 진풍경이다.
가죽 매장은 빈티지와 새 제품들이 대부분 섞여 있다. 국제시장의 빈티지 외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로 웬만한 숍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이 있고 가격 또한 로드숍에 비해 훨씬 저렴해 빈티지를 구경하러 갔다면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부산=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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