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청바지와 어울리는 한복 꿈꿔" [MK패션 파워토크]
- 입력 2013. 10.17. 09:32:55
-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청바지에 어울리는 한복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현대사회에서 한복은 그저 선조들의 의복 혹은, 경조사에 예를 갖추기 위해 입는 옷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복의 세계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술 감독 겸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있었다. 패션매거진 보그 코리아의 스타일리스트로 익히 이름을 알린 그는 2006년 처음으로 한복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복은 우리 옷이기 때문에 고유의 흙냄새를 담고 있어요. 특히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전통한복부터 일상에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까지 그 의미를 넓혀보고 싶은 목표가 생겼어요.”
서영희는 17일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되는 제17회 ‘한복의 날’ 행사에서 예술 감독을 맡으며 ‘한복패션쇼’를 이끌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본 행사는 변형된 생활한복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한복디자이너들의 창의력과 디자인 개발의 장을 열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온 그에게 큰 의미가 담겨 있는 행사다.
“분명 한복 디자이너들에게도 만들고 싶은 디자인이 있을 테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혼수한복 등 전통적인 디자인에 국한돼 디자인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나라에서 패션쇼를 위해 원단 비부터 헤어, 메이크업, 모델, 장소까지 모든 것을 지원해줘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어요. 이번 행사처럼 한복을 위한 예산이 확대되고 제대로 쓰여 졌으면 좋겠어요.”
추억은 간직하되 디자인은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한복에 대한 인식과 디자인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한 오랜 시간 전통방식을 추구해온 한복디자이너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은 장벽이었다.
“한복의 변형을 이끌고 싶지만, 학회의 눈치를 보며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그러나 시대에 맞는 한복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복이 기성복에 비해 10년 정도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기에 서양 옷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발전과 변형'이 필요하죠.”
실제로 그는 코트형식의 두루마기, 블라우스 형태의 저고리 등 정체성과 실용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한복들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글로벌 해질수록 이러한 디자인의 한복들이 개발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통미가 사라져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과거 물품들을 기념으로 간직할 수는 있어도 현대 생활에 접목시켜 사용하기에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한복도 마찬가지로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해요. 우린 이미 현대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통만 고집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죠. 추억은 간직하되 디자인은 끊임없이 발전돼야 해요.”
한복을 넘어선 창의성을 보여주는 게 예술 감독으로서 그의 목표였다. 이번 한복의 날 패션쇼 행사역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컬렉션처럼 매년 진행될 예정으로 변화된 한복 디자인 발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23년 동안 스타일리스트의 일을 하면서 한순간에 목표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하나씩 쌓아서 15년째 되던 해에 스타일리스트로서 인정받게 됐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분야든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한복 패션쇼 역시 회를 거듭할수록 점차 발전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 노력하는 그의 도전은 전통 디자인계의 새로운 귀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서양문화가 짙게 스며든 현대사회에서 깊은 한국의 멋을 되찾아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매경닷컴 MK패션 박시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