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자들의 ‘서바이벌 추락?’
입력 2013. 10.17. 09:53:02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역량 있는 디자이너 발굴이 아닌 가십거리가 될 만한 셀럽 양성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의 여론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연차가 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대외 공신력이 쌓이기보다 오히려 디자이너 검증과 관련한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어렵게 우승한 디자이너들의 자질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디자인공모전은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마추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통로로서 공모전의 규모에 상관없이 지원자들이 몰렸다. 그러나 케이블TV가 서바이벌 형식의 디자이너 발굴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방영하면서, 가십거리가 선행되는 평가기준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아마추어들까지 머니게임에 동참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명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한 참가자는 교육이수 도중 우승자로 뽑히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스타로 떠올랐으나,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우승한 이후 첫 번째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고 결국 이후 근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패션계 관계자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성상 디자이너로서 평균적 자질을 검증해낼 수 없다. 한정된 기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일시적 드라마틱한 자질뿐인데 그것만으로는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우승자 선정에 있어서 기가 막힌 스토리를 찾는다는 후문 역시 이에 연유한다. 드라마틱한 자질은 드라마틱한 상황과 맞물려야 정말이지 드라마틱한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폐해는 디자인은커녕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아마추어들이 감당해야 하기에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일부 디자이너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 이전에 이미 현장에서 경험이 풍부한 몇몇으로, 사실상 바로 디자이너로 인정받기 어렵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사들이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방영하면서 학생들의 눈만 높였다는 점이다.
한 20대 중반의 학생은 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묻자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아주 공신력 있거나 아니면 상금이 많아야 한다. 어차피 공신력 있는 공모전은 1~2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 상금이 많은 공모전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학위인정제도가 도입되면서 학교 또는 스쿨이라는 모호한 명칭을 내건 패션교육기관의 난립도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교육생을 유치하기 위해 자체 공모전,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면서 패션교육기관과 공모전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패션은 외적으로 보이는 화려함만큼이나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의 열정이 뜨겁다. 그러나 미디어와 교육기간의 비정상적인 경쟁으로 인해 이들의 열정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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