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인가, 스타일리스트인가?” 가치에 앞선 판매성
입력 2013. 10.18. 13:15:18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디자이너들에게 크레이티브가 중요한 자질로 거론되던 것과 달리 현재는 ‘웨어러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스타일리스트로서 역량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패션계는 “디자이너들에게 크리에이티브가 없다면 과연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겠냐”라며 “최근 인기를 끄는 몇몇 젊은 디자이너들을 보면 그들이 디자이너인지 스타일리스트인지 분별이 안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학생들에게 ‘핫’한 디자이너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오너 디자이너에 대한 패션계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글로벌 유망디자이너에 선발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질이나 완성도에서 모두 평균 이하라고 평한다.
한 패션 관계자는 “셀럽으로서 자질이 마치 디자이너 역량으로 왜곡되는 것 같다”라며 “입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 가치 때문에 구매하게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불황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아마추어들이 판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오너 디자이너 브랜드 수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오너 디자이너 상당수가 브랜드나 OEM·ODM 등의 경력을 거쳤던데 반해 최근에는 실무 경험 없이 바로 독립 디자이너 활동함에 따라 디자이너로서 역량 부족이 공론화되는 것이다.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이 동대문에서 일찌감치 터를 잡은 뒤 신진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로 편집매장에 입점하게 되면서 보기에만 그럴듯한 옷을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오너 디자이너 브랜드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 심각한 것은 기초 교육에서조차 디자이너로서 진정성에 앞서 매출이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유명 디자인전문교육기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교수님들이 일러스트에서 옷보다 메이크업 등을 더욱 강조한다”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제는 ‘웨어러블한가 아닌가’로 판가름이 나기 때문에 옷 자체의 창의성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하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래서인지 디자인을 전공하는 동료 학생 중 스타일리스트 지원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들이 매출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는 오만이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가 전제되지 않는 상품성은 디자이너가 아닌 생산자 역할에만 충실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패션전문가들은 디자이너에게 열린 기회가 패션시장의 질적 성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스스로 진정성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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