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화장품 가맹점 현장점검 “현황파악보다 대응책 시급”
입력 2013. 10.29. 15:36:24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서울시가 ‘화장품 가맹거래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화장품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 관행 해소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29일, ‘서울시 불공정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중심으로 지난 8월부터 민생침해 모니터링 요원을 활용한 가맹점주 설문을 진행했으며, (사)대한가맹거래사협회와 협력해 가맹계약서를 검토하는 등 ‘화장품 가맹거래분야 불공정피해 현황파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몇 개월간 화장품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공론화된 상황에서 뒤늦은 감이 있음을 지적하며, 현황파악보다는 관계부처가 공조 방안 등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통해 가맹본부의 일방적 거래 강요와 계약서상의 불공정 관행이 해소되지 않은 채 가맹점주를 압박하고 있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공조체제를 구축해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목표달성 및 제품구매 강요, 판촉행사 과다부담
재판매(본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한 후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영업형태)매장 81개 중 13개 업체(16%)가 ‘본사로부터 원하지 않는 제품 구매 강요’를 받은 적이 있으며, 수수료매장을 포함한 전체 94개 중 16개 업체(17%)는 ‘본사가 일정한 판매목표를 설정한 후 달성 강요’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해 물량 밀어내기 식 관행이 공공연히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구매강요의 경우, 본사 임의로 제품을 가맹점에 할당하고 주문취소나 반품을 받아주지 않거나 할당한 제품의 대금을 완납할 때까지 거래를 거절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20%가 판촉행사 비용을 과다하게 부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계약상의 근거만으로 가맹본부가 점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대형할인마트·백화점 등에 입점한 가맹점의 경우 해당 점포로부터 상품권을 구입하도록 강요당하는 피해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해지조항에 대한 불평등, 중도해지 시 가맹금 반환 불가 조항 존재
가맹점주 4명 중 1명이 일방적 해지 등 계약해지조항에 대한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며, 대다수 계약서에 중도해지 시 가맹금 반환 불가 조항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가맹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몇몇 업체는 가맹점 운영제한 사유로 50~60여 항목을 규정하고 있는데 복장준수의무 위반, 방문일지 미서명, 근무인원현황 미통지 등 경미한 경우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가맹본부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계약갱신을 거절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의 위생점검 4회 위반을 이유로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불공정조항이 여전히 계약서상에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현장점검에서는 시중 가맹계약서에 대한 분석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분석된 가맹계약서들은 공통으로 가맹계약 중도해지 시 가맹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사)대한가맹거래사협회는 이러한 ‘가맹금 불반환 조항’이 가맹계약 중도해지 시 잔여기간에 대해 일정 가맹금을 반환하도록 한 법원의 판결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화장품 가맹계약서들의 대부분이 가맹점주들에게 ‘영업지역 설정과 보호’를 불가능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2013년 8월 13일로 개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법한 계약조항으로, 가맹사업법의 시행일(‘14. 2. 14) 이전에 계약조항 변경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갑을관계 불공정 피해 예방 대응책 모색
서울시는 불공정피해 고발과 시정에 관한 권한은 공정위 전속이므로 관련 피해 구제를 위해 공정위와 협조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의 불공정피해 상담센터의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정보공개서 미등록과 같은 본질적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11일 공정위에 업체 명단을 송부, 사실관계 파악과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 또한, 모니터링 결과 통계자료를 보내 정책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협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그동안 정책적으로 미흡했던 불공정피해 예방에 초점을 두고 관련 정책 수단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불공정피해를 줄이는 3대 수칙(더 적극적인 정보탐색, 더 확실한 계약확인, 더 분명한 증거수집)을 정한 바 있고, 관련 분야 전문가 및 대한가맹거래사협회와 협력해 불공정피해 예방교육을 마련하고 11월에는 편의점 가맹거래 분야의 현황파악을 실행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불공정피해 예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신시섭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불공정피해가 상담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어 현황 파악을 위한 현장점검을 했다”며 “이와 함께 시중 가맹계약서를 검토하는 등 그동안의 가맹사업에서 지적되어 온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고, 피해 예방대책을 마련해 갑을관계가 아닌 상생 관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는 민생침해 모니터링단이 직접 가맹사업장을 찾아가 화장품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총 94개 가맹점의 답변을 받았으며, 가맹점 운영형태, 계약 전 필수정보 제공 여부, 각종 불공정행위 경험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fahionmk.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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