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카피에 맞선 ‘경고문’ vs 눈 깜짝 안하는 ‘도둑 고객’ [상표디자인분쟁③]
입력 2013. 11.01. 08:50:58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패션디자인 카피문제가 업계 관례처럼 행해지면서 매장에서도 ‘도둑 고객’ 방문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서울 신사동 곳곳의 디자이너 숍과 편집 매장에서는 의상 복제를 막기 위한 경고문이 낯설지 않게 눈에 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대형 편집숍에는 ‘디자인 복제를 위한 구매 후 취소 건이 늘고 있다. 불법 카피어들은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적발 시 브랜드 및 디자이너와 연계해 지적재산권 침해, 영업 방해에 따른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불법 카피어인지 쉽게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소비자보호법 환불규정에 의해 구매한 제품에 손상이 없을 경우 매장 측은 교환이나 환불 규제를 지킬 의무가 있다.
이에 제품을 직접 구매해 복제한 뒤, 고스란히 환불하는 불법 카피어를 잡아낼 실질적인 방도는 없는 상황이다.
또 매장 측은 탈의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보이는 촬영을 막는 정도밖에는 불법 카피를 막을 길이 없다.
이런 ‘도둑 고객’은 패션 대기업, 중소기업 등 업계 곳곳에 있다.
특히 대기업 디자인실의 막내 디자이너들은 주말이면 하루 종일 백화점과 주요 편집숍을 훑고 다닌다고 입을 모은다.
“백화점과 편집숍을 모두 돌아야 한다. 대놓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으니 옷을 입어보는 척 탈의실에 들어가 디테일 하나까지 휴대폰으로 찍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중 한 막내 디자이너는 “가방 안에 소형 카메라까지 설치해, 매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베끼기 업무를 감행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국내 남성 수트 브랜드의 직원 역시 “직원들에게 브랜드 컨셉과 비슷한 타 디자이너의 제품을 사오게 한다. 카피가 끝난 본래 제품을 환불하러 가는 것도 직원들의 몫이다”며 업무 현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최근 해외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의상의 복제를 막기 위한 디자인 특허를 내기 시작했다.
알렉산더 왕, 발렌시아가, 토즈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옷과 액세서리가 더 저렴한 가격의 비슷한 상품으로 카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품의 형상 자체에 특허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디자인 카피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국내 특허 기준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특허청 변리사는 “기능성 의류가 아닌 이상 특허 제출을 하더라도 디자인 자체에 특허가 나기 어렵다. A 브랜드에서 생산된 의류가 B 브랜드에서 아무리 똑같이 만들어 져도 별다른 처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 시장은 매장 내에 부착한 종이 한 장의 경고문 외에 불법 의류 카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MK패션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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