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도 헤어 디자이너도 거부하는 미용 가격 표시[미용실 가격표시제②]
- 입력 2013. 11.04. 17:51:50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쇼윈도 광고판'으로 불리며 본래 취지와 다르게 미용실의 눈속임 홍보 역할을 하고 있는 미용실 가격표시제. 홍보로 이용하지 않는 미용실에서도 모발 상태, 디자이너 경력, 클리닉 등 상황에 따른 큰 가격 차이로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반응이다.위와 같은 이유로 고객들의 불만을 높이고 있는 미용실 가격표시제를 반대 입장에 있는 헤어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헤어 디자이너들 역시 가격표시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몇몇 미용실에서 보여주기식의 가격 표시를 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미용 업계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 또 섬세하고 다양한 시술 방법과 서비스적인 면이 다분한 헤어 시술을 정찰제로 표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청담동의 한 살롱에서 디자이너로 근무중인 A씨는 “요즘 헤어 디자이너들은 미용을 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하고 일에 임한다. 디자인을 하기 위해 각 고객의 개성과 특징을 고려하고 그에 따라 모두 다른 시술 방법과 서비스가 이뤄진다. 이것을 정찰제로 표시한다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다른 헤어 디자이너 B씨는 “가격표시제 후 불필요한 고객과의 논쟁이 잦아졌다. 고지된 가격대로만 시술하기가 어려운데 모발 상태에 따라 추가 비용을 설명하면 마치 바가지를 씌우는 듯 불쾌해한다”며 “가격표시제가 없었을 때는 처음부터 모발 상태에 따라 충분한 상담을 한 후 가격을 상의해 오히려 이런 경우가 적었다”고 전했다.
또 “가격 고급화를 책정하는 살롱들도 생기고 있다. 고객과의 트러블을 없애기 위해 애초에 클리닉 등 기초적인 풀 서비스를 포함시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고객과의 원만환 관계를 위한 정책이지만, 불필요한 부분까지 풀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몇몇 고객에게는 이 또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며 고초를 털어놨다.
고객도 헤어 디자이너도 거부하는 미용실 가격표시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미용실 가격표시제를 시행한 지 1년 가까이 되가는 지금, 의미있는 큰 한 걸음에서 멈추지 말고 현실적이고 진정성있으며 구체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야 할 때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