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패션의 힘, 이들을 주목하라 [베이징 리포트 ⑪]
- 입력 2013. 11.06. 12:22:44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2014 S/S 차이나 패션위크가 막을 내렸다.
패션위크 초반 꾸뛰르와 웨딩드레스, 아동복 등으로 컬렉션의 폭넓은 구성에 집중했다면, 중후반에는 대중적인 기성복 브랜드로 새 시즌 트렌드를 제안하는 컬렉션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
그중 눈에 띄게 완성도 높은 몇몇 무대가 돋보였다. 브랜드 후아푸(HUAFU)를 비롯해 흘리흘루(HLYHLU), 브로드캐스트(BROADCAST), 화이트칼라(WHITE COLLAR)가 그 주인공.후아푸의 디자이너는 타이완 출신의 지오이아 판(반이량). 그는 2008, 2009년 ‘차이나 톱 텐 패션 디자이너’로 선정됐으며 2010년에는 대구 패션페어 참석차 한국을 찾기도 했다.
그의 의상은 전통미를 강조하거나 지나치게 장식적이던 여타 컬렉션과는 확연히 달랐다. 정교한 핸드메이드 니트를 이용한 의상들은 때로는 해체주의적 비정형 실루엣으로, 때로는 포멀한 수트와 자유분방한 캐주얼로 변신을 거듭했다.
셔링과 지퍼, 리본, 기계 주름이 더해진 의상은 니트라고는 믿기 힘들었고, 그는 재킷 팔꿈치에만 니트를 덧대거나 짜임을 달리한 니트 아이템의 겹쳐 입기 등 흥미로운 방식으로 자신만의 선을 만들어나갔다.
마치 프랑스 디자이너의 무대를 보는 듯 치렁치렁함과 단정함이 묘하게 어울린 무대. 무늬는 하나도 없이 소재와 형태에 철저하게 집중하며 자유자재로 변주를 선보인 그의 컬렉션은 성공적이었다.
웨어러블과 아방가르드가 만난 흥미진진한 무대에 극찬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러시아의 빅토르 쿠즈미체프 교수는 ‘단순한 것이 최고’라는 디자인 원칙을 강조하며, “형태와 라인이 무엇보다 훌륭하고 섬세하다. 그의 무대에선 몸과 의상이 분리되지 않고 어우러져 하나의 형태로 보인다. 그만큼 중심에 집중한 점이 무엇보다 훌륭하며, 해체주의로만 풀었던 지난번 컬렉션과 달라진 모습을 보인 점도 높이 살만하다”고 극찬했다.
실제 그의 컬렉션은 스포츠웨어와 캐주얼, 여성복, 남성복이 다 들어있어 ‘옷을 만들 줄 아는 디자이너’라는 세간의 평가를 보란 듯이 뒷받침했다. 또한, 지난해 그를 디자이너로 지명한 브랜드의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성공적인 컬렉션을 선보인 지오이아 판은 ‘2013 베스트 여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흘리흘루의 디자이너 후앙 리용은 차이나 패션위크의 젊은 피답게 신선한 무대로 채웠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소재를 겹쳐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어낸 점. 물론 도레이와 비스캡 등 다른 컬렉션에서도 비슷한 기법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의 결과물은 특히 아름다웠다.
디지털 프린팅 꽃무늬 위에 비치는 흰 천을 덧댄 새롭고 은은한 소재로 만든 야구점퍼와 롱 원피스는 신선함 자체였다. 그는 깔끔한 커팅의 도시적인 작품 속에서 평면 패턴의 옆선을 박지 않은 블랙 베스트 등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선보였다. 단, 입체감이 살지 않은 브라톱은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후앙 리용은 높은 점수로 ‘2013 차이나 톱 텐 패션 디자이너’에 뽑혔다.
한편 중국 전역에 많은 매장을 보유한 브로드캐스트의 디자이너는 왕 타오. 그는 브랜드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위한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동양의 정신 문화와 서양 문화의 결합을 시도했다.
모노톤의 평범한 옷들로 이어지던 쇼는 시스루와 플리츠로 장식한 통바지, 후프로 형태를 강조한 미니스커트로 특별함을 더했다.
십자가와 해골, 날개 모티프로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 컬렉션에 대한 쇼는 엇갈렸다.
“시스루 소재의 접근방식이 촌스럽다”, “맞지 않는 신을 구겨 신고 나오다니 최악”이라는 혹평과 함께 “영혼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형태가 좋고 아방가르드하면서도 패턴이 뛰어나다. 정면, 측면, 뒷면의 모양이 다 다른 진정한 3D 의상”이라는 찬사도 있었다.
패션위크의 마지막을 장식한 화이트칼라 컬렉션.
중국에서 화이트칼라는 성공한 여성을 뜻한다. 성공한 여성에게도 단계가 있어 화이트-블루-실버-골드칼라 워커로 나뉘며, 골드로 갈수록 더 좋은 직장과 럭셔리 라이프를 추구한다고 한 패션관계자가 설명했다.
중국 베이징의 새로운 랜드마크 차이나 월드 서밋 윙에서 열린 쇼의 콘셉트는 ‘태양 아래’. 디자이너 푸 쿠이는 “컬렉션 동안 각종 색에 지쳐있을 눈을 화이트로 정화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심각한 환경오염 속에 햇빛을 가져오고 싶은 마음에 순백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쇼의 연출을 맡은 유명 쇼 디렉터 왕 홍민은 “35m에 이르는 긴 캣워크와 온통 하얗게 칠한 무대에서 평화와 고요, 안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 시작해 올해로 19살이 된 화이트칼라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꾸뛰르와 기성복의 중간쯤인 데미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화이트만으로 이루어진 의상은 간결한 선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돋보였고, 메시와 시퀸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깨끗한 화이트 의상과 짝을 이룬 태양 모티프의 백과 목걸이 또한 신선했다.
13년째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푸 쿠이 역시 ‘2013 차이나 톱 텐 패션 디자이너’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차이나 패션위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