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힐 집착증, 이젠 내려놓을 때 [베이징 리포트 ⑫]
- 입력 2013. 11.07. 14:02:18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절대 넘어지지 말 것.’
어떤 컬렉션이든 워킹 중 넘어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모델은 긴장에 긴장을 거듭한다. 2014 S/S 차이나 패션위크에서도 이런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으며, 많은 쇼에서 높은 구두 때문에 모델들이 수난을 겪었다.
후 쉬구앙 컬렉션에서 한 모델은 워킹 중 휘청거리며 크게 넘어질 뻔했고, 올화이트 컬렉션 피날레에선 디자이너와 함께 등장한 배우의 샌들 가죽이 찢어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는 디자이너를 향해 난처한 눈빛을 보냈지만, 디자이너는 눈으로 계속 걸을 것을 지시했다.한편, 패션위크 중 오디펀컵 란제리 디자인 콘테스트가 열렸다. 본 대회 전날 열린 예심에서 한 참가자의 모델이 신은 신발이 문제가 됐다. 투명한 플랫폼만 10cm가 넘고, 뒤꿈치 부분 힐의 높이는 20cm도 넘는 어마어마한 구두.
심사를 위해 뒤로 돌라고 주문할 때마다 모델들은 휘청거리며 발을 옮겨야 했고, 속옷을 디자인한 학생은 단화를 신은 채 가끔 그들의 손을 잡아줄 뿐이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본 무대에서 구두를 바꿔 신길 것을 권했으며, 이 참가자의 작품은 순위에 들지 못했다. 란제리 작품 심사에 이 높은 구두가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정작 그의 작품은 구두에 가려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아찔한 힐의 구두를 신고 위태롭게 걷는 모델을 보고 걱정하는 것은 단지 그가 넘어져 컬렉션에 오점을 남기진 않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사고로 발목이 꺾이는 등 모델이 부상을 당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본 모델들의 발과 무릎은 상처투성이다. 그들은 막 걸음마를 걷기 시작한 아기도, 신 나게 뛰어놀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개구쟁이 어린이도, 엄마의 ‘뾰딱구두’를 몰래 신다 넘어진 소녀도 아니다. 단지 높은 신에 올라(?) 걷기를 강요당했을 뿐이다.
이에 나름의 대비책을 세운 몇몇 무대도 눈에 띄었다. 래빗웜과 리안비스 컬렉션에선 테이프로 발과 구두를 꽁꽁 싸매는가 하면, 파모리 컬렉션에서 일부 모델은 낮은 굽 구두와 단화를 신은 채 천천히 걸었다.
또한, 남녀 모델 모두가 신을 신지 않고 무대에 올랐던 탄지 컬렉션에서 맨발은 동양적 느낌의 옷과 훌륭히 어울렸다.
굽의 높이가 ‘옷태’와 비례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작품을 돋보이게 하지 못하는 액세서리는 재앙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AP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