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가 부른 치사한 복수극 ‘박은선 단죄’
입력 2013. 11.08. 10:42:43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성형으로 예뻐지면 성괴녀라는 질시를 받지만, 부모로 물려받는 몸에 칼을 대지 않으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소외당한다. 개성 있는 얼굴은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 취급을 받고, 온갖 시술과 수술로 표정이 없어진 마네킹 얼굴에는 시크하다며 추켜세우는 것이 미디어 강국으로 부상하는 한국의 현실이다.
박은선 성별논란은 이 같은 성형 한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박은선은 축구선수에 적합한 몸을 만들면서 여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력을 키웠지만, “넌 여자 같지 않으니, 빠져”라는 어이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
‘여자 같지 않은 것’과 ‘여자가 아니다’가 전혀 다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축구계는 여자임에도 여자 같지 않은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을 단죄하고 있다.
이처럼 성분별이 모호한 외모를 가진 경우,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든 간에 자존감에 상처를 받게 되고 오랫동안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한 40대 초반 여성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년 친구와 후배들한테 꽃과 선물을 받았다.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면서 일부러 화장도 하고 미니스커트도 입어보기도 했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치기 어린 행동으로 끝났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 여성은 20대까지 이 같은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한동안 대인기피증까지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피해 골목으로 다녔다”라며 남자 같은 외모 때문에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스토리온 ‘렛미인’ 남자같은여자편에 나온 사례자는 단순히 남자 같은 외모뿐 아니라 일반남성과 비교해도 절대 적지 않은 털을 가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여성은 방송을 통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남성화가 진행되어,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성별확인을 시켜주기 위해 바지를 내려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말해 외모 편견으로 인해 가해지는 폭력의 실상을 드러냈다.
이 여성은 성형과 호르몬 주사를 통해 대중이 인정하는 ‘여자’라는 지위를 갖게 됐지만, 축구선수 박은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가 화두로 던져진다.
축구선수로 삶에 충실하며 여자로서 가꾸는 것도 뒤로 미뤘던 20대 여성이 단지 사회의 편견 때문에 성형하고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서 축구선수로서 삶의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하든 열심히 운동해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 그때마다 성별검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아직 여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걸까.
최근 한 해외언론을 통해 미인대회 출신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모델이 30대가 돼서 남장 모델로 활동한 이후 전성기 때보다 더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례가 보도됐다. 남장 모델로 활동하는 이 여자모델은 30대임에도 20대 가장 핫한 남성 모델들과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오히려 여자모델로 활동할 때보다 모델로서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선과 남장 모델은 같은 듯 다른 사례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남장 모델인 이 여성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경쟁하는 반면, 박은선은 남자 같은 실력으로 여자 세계에서 경쟁한다. 여기서 불협화음 생기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박은선에게 성별검사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외모지상주의와 경쟁사회에 짓눌린 약자들의 치사한 복수극에 불과할 뿐이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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