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역행하는 마케팅, 친환경 강조하며 빠른 구매만 부추겨 [중저가 화장품 파헤치기③]
입력 2013. 11.14. 14:07:54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중저가 화장품들의 마케팅이 최근 트렌드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마케팅 트렌드는 크게 ‘슬로’와 ‘윤리’로 볼 수 있다.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버리는 형태의 쇼핑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며 많이 팔아야 하는 기업들도 앞장서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환경을 돌아본다는 윤리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저가 화장품들의 마케팅을 살펴보면 이러한 트렌드와는 반대로 빠른 소비와 신중하지 못한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1+1’, ‘50% 할인’ 등의 파격적이며 잦은 행사가 그것인데,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사도록 분위기를 조장하고, 잦은 행사로 비슷한 물품도 계속해서 구입하도록 만든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가 파격 할인을 진행하면 그 날은 검색어 상위 순위에 계속해서 랭크되는 등 이슈를 몰고 오는데, 실상 이벤트는 한 달에 두 세 번으로 매우 잦아 위의 부작용을 가속화시킨다.
대학생 허모씨(25)는 “처음에는 1+1이나 할인 행사를 하면 ‘득템’한다고 생각하고 얼른 달려가 제품들을 많이 구매했다. 파격적인 할인 문구에 굉장히 싸다고 생각했는데 가계부를 적다보니 할인을 신경쓰지 않던 때보다 화장품 소비 총액이 훨씬 많더라. 화장대 위에도 비슷한 제품들이 가득해 결국 버리게 된다.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나눠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중저가 화장품의 이벤트가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고 비환경적이라는 대목이다.
모순적이게도 중저가 화장품들은 친환경 트렌드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들을 대거 출시한다. 히말라야, 사하라 사막 등 천연 원산지에서 나온 원료임을 강조하고 100% 유기농임을 강조한다. 에뛰드하우스에서는 자연을 사랑하자는 의도의 멸종 위기의 동물을 패키지로 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홈페이지나 제품 홍보에서는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보이도록 하면서 실상 판매 형태나 기업 철학은 환경과는 거리가 먼 무조건 많이 팔고 많이 소비하게 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오랜 전통이나 명성을 가진 해외 브랜드들은 할인 등 자극적, 유혹적인 것이 아닌 ‘스토리’를 담은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 그들의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내세우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키엘은 진료 콘셉트와 100년 전통 스토리로 메디컬 화장품으로 시작한 정체성을 담은 분위기를, 빌리프는 그들이 사용하는 원료와 연구실 분위기를 만드는 등 매장도 소비자가 들러서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최근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저가 브랜드들이 할인 이벤트 포스터를 외관에 마구 붙이고 내부에도 이벤트 문구와 할인 포스트만을 여기저기 붙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수입 화장품들을 이기고 사랑받기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지금의 자극적인 마케팅은 단기적인 매출을 올려줄 뿐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게도 맹점이 될 수 있다. 자극적인 마케팅과 할인 이벤트 없이도 진정성있게 소비자들에게 다가와 해외 브랜드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인정받는 국내 브랜드를 대중들은 기대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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