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A vs 오너디자이너, 돌고 도는 도둑질 [2013 카피 스캔들②]
- 입력 2013. 11.26. 18:06:21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SPA브랜드가 디자이너 제품의 디자인을 도용한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화장품 업계 미투제품처럼 도용을 마케팅 전략으로 특화해 카피에 대한 윤리적 논란을 희식시키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반대로 디자이너도 SPA브랜드의 제품을 복제하는 기막힌 현상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돌고 도는 복제 문제가 막을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SPA브랜드 측 도둑질
“디자이너 제품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복제품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한 상품이 훨씬 잘 팔린다”는 것이 SPA 브랜드 측 입장이다.
자라는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 오른 제품과 비슷한 옷을 만들기로 유명한데, 2013년에도 자라는 루이비통의 바둑무늬 블레이저, 3.1 필립 림의 데님 패치워크 팬츠, 겐조의 호랑이 스웨트셔츠, 알렉산더 왕의 백과 슈즈처럼 브랜드 메인 아이템과 흡사한 제품들을 대중에게 쏟아냈다.
포에버21도 저작권 위반으로 50회 이상 고소를 당했을 정도로 디자이너 제품을 그대로 복제해 왔다.
이처럼 SPA브랜드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누가 봐도 비슷하게 복제하고 있음에도 카피 문제에 관해 이렇다 할 법적인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완전히 똑같이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막상 카피 문제에 걸려도 디자이너에게 합의금을 주는 편이 디자인 특허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SPA브랜드 측 판단이 그들의 ‘배째라’ 식 디자인 복제를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오너디자이너 브랜드 측 도둑질
SPA브랜드 등장 이후 오너디자이너 브랜드도 샘플 제작을 이유로 저렴한 SPA브랜드 옷을 대량 구입해 베끼는 일이 빈번해 졌다.
실제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알린 오너디자이너 브랜드의 직원도 “디자인실 막내 직원에게 SPA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본뜨게 한다”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학교를 졸업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막내 직원이 엉망인 품질로 만든 옷을 고객에게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복잡한 SPA브랜드 매장 분위기를 이용해 제품을 훔쳐오게 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아무리 저렴한 SPA브랜드 상품이더라도 지속적인 카피로 인해 구입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상품에 붙어 있는 도난방지 자석을 일부러 잘라내고서라도 제품을 훔쳐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옷의 일부가 잘려나간 제품을 카피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오너디자이너 브랜드일수록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따라서 도덕성을 버려가며 펼치는 카피 정책 대신 브랜드 고유의 독창성을 되찾을 방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자라, 알렉산더왕 홈페이지]